GFFG, 진화인가 발버둥인가
수제도넛 카페 브랜드 ‘노티드’로 유명한 식음료(F&B) 기업 GFFG의 대규모 사업 재편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는 중이다. 주력 브랜드 중 하나인 수제버거 ‘다운타우너’ 매각에 이어 최근에는 핵심 브랜드 ‘노티드’ 가맹 사업 출발을 알렸다.
적지 않은 변화에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일각에선 위기설을 제기한다. 여러 해 이어진 적자와 유동성 부족을 감당 못한 GFFG가 결국 정체성을 포기하고 무리수를 던진다는 의견이다. 반면, 이제야 갈 길을 찾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티드 열풍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프랜차이즈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창업 시장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스타 브랜드’가 귀해진 현재, 노티드라는 초대형 중고 신인이 등장한 덕분이다.
GFFG 수제도넛 카페 브랜드 ‘노티드’가 가맹 사업을 시작한다. 국내는 가맹 사업, 해외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확장한다는 기조를 잡았다. 사진 (위) 국내 노티드, (아래) 올해 2월 미국 LA에 들어설 노티드 웨스트필드 센츄리시티점 투시도. (GFFG 제공)
노티드 운영사 GFFG, 어떤 기업?
인기 열풍에 한때는 12개 브랜드까지
GFFG는 법인 설립으로 따지면 역사가 8년도 채 안 된 신생 기업이다. 이준범 대표가 2015년 창업한 아메리칸 브런치 레스토랑 ‘리틀넥 한남’이 출발이다.
2017년 문을 연 도넛 전문 브랜드 노티드는 가히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으며 급성장했다. 생크림 도넛과 아기자기한 매장 인테리어, 여기에 브랜드 마스코트인 ‘스마일리’와 ‘슈가베어’ 캐릭터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각지 매장마다 연일 ‘줄 세우기’를 이어갔다. 컬래버 열풍 중심에 서기도 했다. 편의점 같은 유통 채널과 식음료 기업은 물론, 삼성 갤럭시·신한카드·무신사·BTS 등 그야말로 업태를 불문한 협업이 이뤄졌다.
인기에 힘입어 사세도 급격히 커졌다. 브랜드가 한때 12개에 이르렀을 정도로 요식업계 전방위로 확장했다. 이준범 대표는 미국 유학 경험에 기반해 ‘아메리칸 다이닝’을 포인트로 잡았다. 미국 느낌을 살린 한식 ‘호족반’, 아메리칸 중식 ‘웍셔너리’를 비롯해 클랩피자(피자)·애니오케이션(베이글)·키마스시(일식)·미뉴트 빠삐용(추로스) 등을 줄줄이 선보였다. 2022년 말에는 알토스벤처스와 쿼드자산운용 등으로부터 3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기도 했다. F&B 역사상 전례 없던 대규모 투자로, 기업가치 3000억원 평가를 받았다.
급성장이 독이 됐을까. 노티드 인기와는 별개로 GFFG 수익성은 거듭 악화했다. 매출은 2021년 399억원에서 2023년 796억원까지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7억원에서 -7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2023년 기준 당기순손실은 111억원에 달했다. 2023년 이준범 대표가 돌연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며칠 만에 번복하는 해프닝이 일어나는 등 분위기도 어수선해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노티드 성공 이후 브랜드 개수를 크게 늘리며 확장했지만 정작 성공한 브랜드가 없다. 여러 브랜드를 가져가면서 필요 인력과 원재료가 통일되지 않아 수익성도 악화했다”며 “너무 많이 벌인 사업과 외형 확장으로 오히려 발목이 잡힌 꼴”이라고 평가했다.
‘노티드 가맹’ 승부수 던진 GFFG
다운타우너는 매각…‘선택과 집중’
위기를 자각한 GFFG는 2023년부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조직 개편과 인력 교체가 이뤄졌고 12개에 달하던 브랜드는 5개까지 정리했다. 사업 확장 의지가 있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다.
노티드와 함께 흑자를 기록하던 브랜드 다운타우너를 지난해 샐러디에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GFFG는 다운타우너 지분 80%를 약 100억원에 샐러디에 매각했다. 안태열 GFFG 운영총괄사장(COO)은 “다운타우너는 더 사업을 확장할 의지가 없어 대신 잘 운영해줄 이를 찾고 있었다. 돈을 버는 브랜드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매각한 이유도 여기 있다”며 “대신 지분 20%를 남겨 향후 수익을 공유한다. 이준범 대표 역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앞으로도 다운타우너 신제품과 디자인 등을 총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인 ‘노티드’에도 대규모 변화가 예정돼 있다. 그간 직영점으로만 확장하던 노티드는 빠르면 올해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 국내는 ‘가맹’, 해외는 ‘플래그십스토어’ 중심으로 노티드 브랜드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브랜드 클랩피자 역시 국내 가맹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노티드가 갖고 있는 ‘희소성’과 ‘프리미엄’이라는 정체성이 국내 가맹 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GFFG 측은 ‘필연적인 변화’라고 주장한다. 안태열 COO는 “한국 외식업계 역사 전체를 돌이켜보면, 아무리 큰 사랑을 받던 브랜드도 3년 이상 인기를 지속하기 힘들다”며 “희소성이라는 정체성이 흐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는 있지만 이제는 접근성을 더 늘려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명품 브랜드처럼 매장 앞 줄을 세우며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더 많은 소비자가 노티드를 경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노티드 가맹 사업 잘될까
도넛 ‘게임 체인저’ vs 비용 부담 우려
아직 노티드 가맹 개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점주 발주 등에 필요한 프로그램, 또 자체 앱 같은 IT 인프라 구축과 생산 설비 증설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성공 가능성은 적지 않다. 던킨이나 크리스피도넛 등 국내 도넛 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스타 브랜드’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 큰 관심을 받는다. 식사 대용보다는 ‘선물용’ 수요가 큰 도넛 시장 특성상, 그간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아온 노티드가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기가 많은 ‘굿즈’ 판매로 점주 부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점주 입장에서 고민거리도 있다. 일단 비용 부담이 크다. 노티드는 가맹 사업 후에도 대량생산이 아닌 ‘수제도넛’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생산 거점에서 직원이 만든 완제품을 매일 매장에 뿌리는 형태다. 품질을 높이고 동물성 크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무래도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매장별 수요 예측에 실패할 경우 폐기율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초기 투자 비용도 적잖을 전망이다. 인테리어 등 비주얼로 인기를 끈 브랜드인 만큼 가맹점 인테리어에도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노티드가 등록한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매장 면적 149㎡ 기준으로 창업 비용이 3억7000만원 수준이다. 인테리어 비용만 2억원에 달한다.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매장별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투자 원금 회수까지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GFFG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관점에서는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수제도넛과 인테리어 등은 브랜드 입장에서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며 “전국 단위로 급격히 매장을 늘릴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 가치와 맞는 점주를 꼼꼼히 선별해 내실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키워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5호 (2025.02.05~2025.02.11일자) 기사입니다]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