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1일 코스닥 상장사 태성을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 예고했다. 태성 주가는 최근 9거래일간 40% 넘게 급등했다. 태성의 주가 상승은 다른 이차전지 종목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태성이 복합동박 생산 설비 개발에 성공하며 중국 대형 배터리 제조업체의 협력사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태성 본사. /태성 제공
태성 주가는 7월 19일부터 31일(종가 1만1300원)까지 43% 상승했다. 7월 19일 장 중 태성이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의 장비 공급 협력사로 선정됐다고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태성 주가는 복합동박 관련 제품평가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4월 말 3600원대에서 6월 26일 1만3940원까지 280% 넘게 치솟았다. 이후 주춤했던 주가가 CATL 협력사 선정이란 호재에 다시 급등한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태성 주식을 지난 5~7월 3개월간 124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에 베팅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1억원, 6억2000만원씩 순매도했다.
2000년 설립된 태성은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 자동화 설비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다. 김종학 대표이사가 지분율 24.75%를 확보한 최대주주다. 태성은 2022년 6월 신영스팩5호와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한 해부터 태성은 기존 PCB 사업과 함께 신사업으로 이차전지 복합동박 설비 연구개발을 추진했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펴 만든 막으로 음극재를 감싸 전류를 흐르게 하는 이차전지 핵심소재다. 기존 동박은 구리가 많이 들어가 원자재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이 컸다. 하지만 복합동박은 폴리프로필렌(PP), 폴리이미드(PI) 등 필름 표면에 동을 도금했기에 기존 동박과 비교해 원가를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 이에 복합동박은 이차전지 업계의 ‘게임 체인저’라고 불리기도 한다. 태성은 국내 첫 완성형 복합동박 생산 설비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서희
기존 반도체 사업보다 이차전지 사업 진출로 더 큰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자,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태성 매출액이 전년보다 86.8% 증가한 620억원, 영업이익률 10%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태성의 복합동박 RTR 설비는 넓은 폭에서도 일정한 장력을 유지하는 상품”이라며 “최근 복합동박이 주목받는 상황에 CATL 외에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 등 대중국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태성 매출의 90%가 넘는 PCB 자동화 설비 사업은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대가 과도하다는 평도 나온다. 실제로 태성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612억원에서 지난해 333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도 작년 7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가 돼서야 분기 이익이 21억원 흑자 전환했다. 신규 수주가 줄면서 수주잔고는 올해 3월 365억8000만원에서 5월 기준 223억7500만원으로 감소했다.
태성은 신사업 투자를 위해 지난 6월 4일 자사주 54만9921주를 1주당 7022원(총 39억원)에 처분했다. 연구개발(R&D) 투자 및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래소는 지난 6월 12일에 이어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태성을 또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 예고했다. 전날 종가가 1년 전 대비 200%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달 14일까지 초장기상승·불건전요건에 모두 해당하면 태성은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된다.
이날 오후 1시 22분 기준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83% 내린 1만98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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