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서 상반기 누적 적자 53억달러…"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아"
연내 인력 15% 감축·비용 절감 추진…"파운드리 총괄 1년만에 교체"
삼성은 2분기 파운드리서 전분기比 두 자릿수 성장하며 인텔과 대비
2030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서겠다던 인텔이 올 2분기 시장의 전망치에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에서만 28억달러(약 3조8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하고, 자본 지출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1일(현지시간) 올 2분기(4∼6월)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128억달러(약 17조5500억원), 주당순이익(EPS) 0.02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 줄어든 것이며, 순손익은 14억8000만달러 순이익에서 16억1000만달러 순손실로 적자전환한 것이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인텔의 월가 전망치는 매출 129억4000만달러, 주당 순이익은 0.10달러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인공지능(AI)용 칩이 포함된 '데이터센터 및 AI 사업' 부문 매출은 30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 감소하고, 시장 예상치인 31억4000만달러에는 못 미쳤다. PC용 칩 사업을 담당하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매출은 9% 증가한 7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망치인 74억2000만달러를 소폭 하회한 수치다.
'네트워크와 엣지(NEX)' 부문도 1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1% 줄었다. '알테라(FPGA)와 모빌아이' 등 기타 부문 매출은 9억6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와 경쟁 중인 '파운드리' 사업은 43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42억달러)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손실이 19억달러에서 28억달러로 47% 확대됐다.
앞서 인텔은 지난 2018년 파운드리 사업 중단 후 2021년 재진출을 선언했다. 올 2월에는 협력사들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컨벤션센터에서 첫 번째 파운드리 행사인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를 개최하는 등 사업 확대에 속도를 냈다.
특히 당시 행사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세계 최초로 AI시대를 위한 시스템즈 파운드리를 출범한다"며 "14A(옹스트롬, 1A는 0.1nm)공정을 2027년 내 양산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업계 2위 파운드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또 당시 인텔은 1.8㎚(1nm·10억분의 1m) 공정 고객사로 MS 등 4곳을 확보했으며, 올해 말부터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초 인텔은 내년부터 1.8㎚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었는데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하지만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2021년 51억달러, 2022년 52억달러, 2023년 70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키우고 있다. 올 상반기 누적 적자도 53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인텔은 실적 발표 직후 △연내 전체 인력의 15%(1만5000명) 감축 △4분기부터 배당 중단 △연간 자본 지출을 20% 감축 등 오는 2025년까지 100억달러의 비용 절감 계획을 고지했다. 겔싱어 CEO는 "수익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았고 아직 AI와 같은 강력한 트렌드로부터 완전히 이익을 얻지 못했다"며 "비용 구조를 새로운 운영 모델과 일치시키고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인텔은 지난 5월 파운드리 사업 총괄을 약 1년 2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하고, 케빈 오버클리를 파운드리 서비스(IFS) 신임 수석부사장으로 선임했다. 또 최근에는 제조 및 공급망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마이크론 출신의 나가 찬드라세카란으로 교체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가 나오자 주요 임원진을 교체해 분위기 반전을 모색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러한 실적 부진 상황에서도 인텔은 핵심 투자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겔싱어 CEO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의 대규모 글로벌 공급망 투자, 국내외 고객을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파운드리, 제품 포트폴리오 리더십 재구축, AI 에브리웨어 등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전략은 지속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미국·유럽 등에 신규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1대당 5000억원이 넘는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하이-NA EUV'를 ASML로부터 사들이는 등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인텔은 최대 약점인 선단공정 양산경험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인텔은 3나노를 건너뛰고, 2나노 이하로 직행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인텔의 최선단공정은 7나노 수준으로 알려진다. 앞서 인텔이 2016년 파운드리 사업 진출 후 2년 만에 철수한 것도 7나노 수율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납품 단가가 중요한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인텔의 생산거점이 미국, 유럽 등에 있다는 점도 변수다. 아시아에 주요 거점이 있는 TSMC, 삼성전자와 비교해 원가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인텔이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사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앞서 겔싱어 CEO는 오는 2027년 파운드리 사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파운드리 사업에서 인텔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들어 '고성능컴퓨팅(HPC)' 고객사들을 늘리면서 고수익 중심의 파운드리 포트폴리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HPC보다 비교적 수익성이 낮은 모바일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매출 비중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 비중은 모바일 54%, HPC 19%로 알려진다.
이에 삼성전자는 HPC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는 5나노미터 이하 선단 공정 수주 확대로, 지난해 대비 HPC 고객 수가 2배 증가했다"며 "응용처 전반의 수요가 회복돼 파운드리 사업은 전분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2028년까지 AI와 HPC 응용처용 고객 수를 4배, 매출을 9배 이상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선단 공정에서 요구되는 고성능, 저전력 하이벤의 특성을 대응하기 위해 2나노 공정의 성숙도를 향상하고 추가 경쟁력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HPC 고객 수 증가로 올 2분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실적 개선을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시스템LSI·파운드리 영업적자는 약 2600억원 수준이다.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그 규모를 줄이면서 오는 4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했지만 당분간 삼성전자를 따라잡긴 쉽지 않다고 본다"며 "첨단 공정은 개발뿐 아니라 양산 과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인텔은 아직 수율 개선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파운드리는 선단공정이 전환될 때마다 공정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며 "ASML의 최첨단 장비를 도입하긴 했지만, 양산 로드맵이 계획대로 지켜질 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1/0000859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