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의 제왕’ 구글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검색 분야에 강력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한 가운데 미국 연방법원은 “구글은 독점기업”이라 판결했다.
무슨 일이야
구글 뉴욕 오피스. EPA=연합뉴스
미 연방법원의 아밋 메타(Amit P. Mehta) 판사는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낸 반독점 소송 1심 재판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구글 패소 판결했다. 이날 공개된 판결문에서 메타 판사는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 기업처럼 행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글이 미국의 일반 검색 서비스와 텍스트 광고 시장에서 독점적 배포 계약을 통해 독점을 유지함으로써 셔먼법 제2조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셔먼법 2조는 ‘사업자들이 독점화하거나, 독점하려고 하거나, 거래나 사업을 독점하기 위해 담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10월 미 법무부가 제기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본격적인 재판 절차에 들어갔고 5월 3일 최종 변론이 끝났다. 미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25년 전 제기한 소송 이후 최대 규모 반독점 소송으로 꼽히는 탓에, 현지 언론들은 이를 ‘이정표적 소송(Landmark Case)’으로 불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현대 인터넷 시대에 거대 기술 기업의 힘을 공격하고 그들의 비즈니스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획기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신재민 기자
미 법무부는 구글이 독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무선 통신사, 브라우저 개발자 및 기기 제조업체, 특히 애플과의 반경쟁적 거래를 위해 연간 수천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소송 과정에서 구글이 자사 검색 엔진을 아이폰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하기 위해 2022년에만 애플에 200억 달러(약 27조4400억원)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회사가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만들기 위해 지급한 돈은 2021년에만 총 260억 달러(35조 6600억 원)에 달했다. 2009년 80% 이상이었던 미국 내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2020년 거의 90%를 찍었고, 모바일 기기에선 95%에 육박했다.
메타 판사는 법무부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며 구글이 경쟁을 억제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구글의 검색량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구글의 유통 계약은 일반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사의 경쟁 기회를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글이 이를 통해 검색 결과에 나타나는 스폰서 텍스트 광고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 혁신과 초기투자 덕분에 검색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지난해 10월 30일 법정)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글 검색 엔진 페이지. AP=연합뉴스
검색은 구글의 핵심 사업이다.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2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록한 847억4000만 달러(약 117조3000억원)의 매출 중 76.3%에 해당하는 656억2000만 달러(약 89조5400억원)가 검색 엔진을 통한 광고수익 연관 매출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번 소송을 “구글 역사상 최대의 법률적인 위협”이라고도 평가한 이유다. 구글이 최종적으로 패소한다면 최악의 경우 검색 사업을 분할하거나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날 WSJ은 레베카 앨런스워스(Rebecca Allensworth) 밴더빌트대 로스쿨 교수를 인용해 “재판부가 구글의 검색 계약에 대해 금지 명령을 내리거나, 사용자가 기본적으로 설정한 검색 엔진을 사용하기보다는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검색 엔진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앨런스워스 교수는 “이것은 빅테크 기업을 통제하는 움직임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