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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가 증시 발목잡는다는 개미에…“그럼 하락 베팅해” 野 막말 파장
2
거시경제러
09-24
조회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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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시행 vs 도입유예 ‘팽팽’

김영환 ‘하락베팅’ 발언 뭇매

업계 “본질 빠져 매우 실망”


토론 전 투자자단체 몰려와

“왜 방청 막냐” 항의 소동도


금투세 도입 리스크 커지며

과세대상 자산 1년새 반토막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토론 방청을 막는 것에 대해 항의하며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그렇게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시면 ‘인버스 투자’를 하면 됩니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내년 1월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시행할지 여부를 놓고 24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토론회에서 ‘시행팀’으로 나선 의원들은 온라인 상에서 개미 투자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특히 김영환 의원의 ‘인버스 투자’ 발언이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날 ‘유예팀’으로 나선 토론자들이 금투세를 이대로 시행하면 주가 하락이 우려된다고 주장하자 김 의원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투자를 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인버스 투자란 주가 등의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얻는 투자 기법을 뜻한다.


그렇지 않아도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증시에 화가 난 개인 투자자들에게 이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증시 종목 토론방 등에서는 “더불어인버스당은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숏을 쳐라”거나 “한국 증시가 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문제의 본질 아니냐”는 등의 비판적 댓글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는 시작부터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토론회장에 입장하며 소동이 벌어졌다. 한 회원이 “왜 의원들만 토론하느냐”며 방청을 막는 것에 항의하자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소리 좀 그만 질러 이 사람아. 나도 목소리가 크다”며 힐난했다. 이 의원은 최근 “금투세 토론회는 ‘역할극’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문자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나서 “조만간 (별도로)만나겠다”며 겨우 진정시켰다.


이날 토론회는 약 150분간 시행팀과 유예팀이 맞서 팽팽하게 진행됐다.


시행팀에는 김 의원을 포함해 김성환·이강일·김남근·임광현 의원이, 유예팀에서는 김현정·이소영·이연희·박선원 의원과 김병욱 전 의원 등이 나섰다.


유예팀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이 우선”이라며 금투세 시행을 반대했다. 김현정 의원은 “지난 4년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증시는 우상향하고 있지만, 우리 증시만 유독 고점의 3분의 1도 회복하지 못하고 지독한 박스권에 있다”고 말했다. 김병욱 전 의원은 “디커플링의 지속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투세’란 수류탄을 꼭 던져야 하느냐”고 말했다.


시행팀은 금투세 도입이 오히려 주식시장이 투명성을 높이고, 조세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환 의원은 “금투세가 가장 불편한 사람은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들”이라며 “금투세를 도입하면 차명계좌 거래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날 벌어진 토론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이 주로 제기됐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인버스에 투자를 하라거나 작전세력 얘길 하지 않나, 상식적이지 않은 얘기가 많았던 것 같다”면서 “토론이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는 내용이 아니다 보니 무엇을 위한 토론이었는지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약속대련’ 논란 속에 치뤄진 이날 토론회에 민주당 지도부도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지난 전당대회부터 금투세 유예론에 기울었던 이재명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는 대신 재보궐선거가 치뤄지는 지역 유세에 나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참석을 취소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금투세 도입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과세 대상이 되는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현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가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금투세 과세 대상이 되는 상장주식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자의 자산건수(납세자들이 특정 종목에 투자한 건수·2022년 귀속분 기준)는 3668건으로 전년(8411건)보다 56.4% 급감했다.


이 기간 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린 납세자들의 양도 차익액은 8조9590억원에서 7조1576억원으로 20.1% 줄었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금투세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큰손드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흐름이 두드러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국내 증시의 총주주수익률(TSR)이 5%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투세 대상자의 투자금은 최소 150조원으로 추산된다”며 “금투세 도입 시 해당 자금이 시장에서 이탈할 우려가 있으며 이는 증시에서 하강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성욱 경희대 세무학과 교수도 “개인 주주의 연도별 주식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계산해 세수 규모와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것은 세수 안정성 측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이날 한국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과 금투세 폐지 촉구 건의서 전달식을 열고 여론전을 펼쳤다. 정의정 한투연 회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직접 금투세 폐지 촉구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작성한 ‘금투세 폐지’ 혈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한국 주식시장은 실제 가치에 비해 사실상 정기예금 수준의 성장만 했다. 이런 시장은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 금투세를 도입하고 유예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일종의 자폭 행위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이 상황이 민심을 거스르는 것을 알고 3년을 유예한다는 식으로 꼼수를 써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한다”며 “폐지와 유예는 전혀 다른 얘기다. 유예를 하겠다는 건 금투세를 하겠다는 것이고, 불안정한 상태를 제일 싫어하는 것이 자본시장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우리 주식시장에서 해야될 답은 금투세 폐지가 정답이란 말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며 “금투세 폐지를 꼭 관철시키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김정환 기자(flam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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