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톡]
서울의 빌라 밀집 지역 모습. 서울 아파트 시장과 달리 빌라를 찾는 수요는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오피스텔까지 들썩이는 가운데 주택 시장 침체의 중심에 있었던 빌라(연립·다세대) 시장까지 상승세를 보인다는 뉴스가 화제였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 기업이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액이 1조311억원으로 집계돼 2년여 만에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는 것입니다.
지난 8·8 대책에서 정부가 나서 서울 빌라를 무제한으로 매입하는 대책을 발표할 만큼, 빌라 거래 절벽은 시급하게 풀어야 할 문제로 꼽혀왔습니다. 지난해부터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가 심화하면서 아파트로 수요가 쏠려 아파트 전셋값을 밀어올리고, 매매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빌라 거래액이 대폭 늘었다는 것은 빌라 수요가 회복됐다는 뜻이므로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실거래 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빌라 거래액이 급증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대형 업무 복합 시설을 지으려는 부동산 개발 업체가 빌라 단지를 통째로 사들이면서 전체 거래액이 증가한 것입니다. 지난 7월 빌라 거래액을 25구(區)별로 살펴보면 성동구의 거래액이 1012억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 중 70% 넘는 거래액이 한 빌라에서 나왔습니다. 바로 성수동2가 ‘장안타운’으로 전용면적 49~53㎡ 32가구가 한 가구당 20억5000만~27억원에 팔려 전체 거래액이 총 724억3913만원에 달했습니다. KT에스테이트와 마스턴투자운용은 사들인 빌라 단지를 허물어 지하 5층~지상 9층 규모 업무 복합 시설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결국 아직까지 빌라 수요가 회복됐다고 말하기는 섣부른 상황입니다. 올 들어 7월까지 빌라 등 서울 비(非)아파트 인허가는 1년 전보다 42.2% 감소한 1758가구에 그칩니다. 수년간 이어진 ‘빌라 포비아(공포증)’ 현상으로 건설 업자들도 빌라 사업을 외면한 영향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빌라 수요 회복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빌라 시장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신수지 기자 sj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