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IB 분석 보고서들 비판적
100개 종목 선정 방식 문제 삼아
외국인 투자 영향… 시작부터 암초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코스닥 종목 100개로 구성해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외국계 투자은행(IB)들로부터 가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 지수를 활용해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 상품을 출시하고 기관 투자자 벤치마크 활용을 독려해 증시를 부양할 계획을 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계 IB의 분석 보고서가 비판적이어서 계획은 지수 발표 하루 만에 암초에 부딪혔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25일 기관 고객 대상으로 공개한 투자 노트에서 “(거래소가 발표한) 종목 100개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며 “밸류업 지수가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거래소가 빨리 깨닫길 바란다. 밸류업 벤치마크를 뛰어넘는 것은 한국 기관 투자자들에게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UBS는 밸류업 지수가 앞으로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도 했다. 이 은행은 “지수 개발에 투입된 작업량과 이미 많은 전문가가 거래소에 조언했음을 고려할 때 거래소가 지수 산출 방식을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가치 있는 조언이 시간 낭비가 됐다”고 혹평했다.
이날 홍콩계 투자은행 CLSA도 ‘밸류 다운?(Value-dow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구성 종목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구성 종목을 바꾸지 않는다면 (밸류업) ETF로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오는 11월 밸류업 지수를 활용한 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특히 CLSA는 SK하이닉스가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것이 문제라고 봤다. 거래소가 지난 24일 밝힌 밸류업 지수 종목 편입 기준을 보면 최근 2년 손익을 합산해 적자인 기업은 제외한다고 돼 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SK하이닉스는 이 기준대로라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수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와 대표성, 지수 내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성적 평가에 따라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LSA는 정성적인 이유로 SK하이닉스를 편입했다면,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외를 무작위한 방식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UBS도 “(거래소가 발표한 100개 종목이) 진정으로 밸류업 지수를 대표할 수 있는가? 아니다”라며 “어떻게 한미반도체와 포스코DX, HPSP, HD현대일렉트릭, 클래시스, 삼양식품이 밸류업 지수 목록에 올랐나”라며 종목 선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광수 기자(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