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S&P500지수 최근 3개월 추이/그래픽=이지혜
미국 증시가 계절적으로 수익률이 가장 나쁘다는 9월에도 견고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증시는 26일(현지시간)에도 S&P500지수가 0.4%,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6%씩 올랐다.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증시가 너무 많이 올라 언제든 하락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반대로 '멜트 업'(melt up)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멜트 업이란 증시가 특정한 요인으로 단기 상승한 이후에 종종 추가적인 촉매 없이도 예상 이상의 강세를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와 올해 강세장을 정확히 예측했던 펀드스트랫의 수석 전략가인 톰 리조차 이달 초 미국 증시가 10월 말까지 두 달간 7~1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이 예상은 현재까지 빗나가고 있다.
S&P500지수는 올들어 21% 상승했다. 올해 내내 랠리를 이어오다 경기 침체 우려로 지난 8월 초 급락했으나 이후 데이터들이 안정적인 것으로 나오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하하면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TS 롬바르드의 리서치팀장인 안드레아 치치오네는 지난 25일 '위험자산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할까'라는 제목의 투자 메모에서 미국 증시가 멜트 업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연준이 앞으로 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주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지만 여전히 금리 수준이 높아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금리 인하 사이클은 경제가 조만간 침체에 빠지지 않고 성장 기조를 계속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금리가 낮아지면 주택과 자동차 등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출이 늘고 기업들은 이 같은 수요 증가로 투자를 촉진해 경제에 활력이 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내년 이후로 연장될 수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들의 매출액이 내년과 내후년 2년간 연평균 5%가 살짝 넘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시장이 기업들의 이 같은 실적 성장 궤적을 예상하는 한 증시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S&P500지수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높은 편이다. S&P500지수의 향후 12개월 순이익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21배로 연준이 2022년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배런스는 기업들의 순이익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ER은 주가를 순이익으로 나눈 것이기 때문이 순이익 증가는 PER이 더 높아지지 않도록 해준다.
배런스에 따르면 현재 S&P500지수의 PER은 내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276달러 대비 21배가 약간 안 되는 수준이다. 2026년 EPS는 이보다 14% 더 늘어난 310달러로 전망된다.
배런스는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률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기업들의 이익률이 확대될 수 있으며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자사주 매입에 쓰인다면 EPS는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증시가 멜트 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현재 필요한 것은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이러한 확신뿐이라는 설명이다.
TS 롬바르드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신용잔고(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빌린 자금의 규모)는 현재 약 8000억달러다. 신용잔고와 주가지수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신용잔고는 앞으로 수천억달러가량 더 늘어날 여지가 있으며 신용잔고가 늘면 증시는 더 오를 수 있다.
따라서 배런스는 현재의 상승장이 매우 완고할 수 있다며 조정을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증시에 머물러 있으라고 조언했다.
한편, 27일에는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8월분이 발표된다. 지난 8월 PCE 물가지수도 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세를 재확인시켜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우존스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8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올라 지난 7월 0.2%보다 상승률이 둔화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8월 PCE 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2.2%로 지난 7월의 2.5%보다 대폭 낮아지며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2%에 더 가까이 다가갔을 것으로 기대된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지난 8월에 전월 대비 0.2% 올라 지난 7월과 동일한 상승률을 나타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 8월 근원 PCE 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2.7%로 전월 2.6%보다 소폭 올라갔을 것으로 보인다.
27일에는 9월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 확정치도 공개된다. 속보치 69.0에 비해 소폭 개선된 69.3으로 예상된다.
26일 장 마감 후에 실적을 발표한 회원제 할인점인 코스트코는 순이익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상회했으나 매출액이 전망치에 미달해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가량 하락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