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남부 연안 일대 항만에서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47년 만의 최대 규모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에 따른 공급망 혼란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등 경제적 충격이 현실화할 경우 5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동남부 해안에 위치한 36개 항만 노동자들은 1일 0시(현지시간)를 기해 일제히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이 동시 파업에 들어간 건 1977년 이후 47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동부 항만 노동자들이 가입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사측인 미국해양협회(USMX)와 단체협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시한인 9월30일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가 불발되면서 결국 파업으로 이어지게 됐다. ILA 대표 헤럴드 대게트는 성명을 내고 "ILA 회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과 항만 자동화에 대한 보호를 확보할 수 있게 투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으로 미국 동해안과 멕시코만 일대 항만의 화물 선적과 하역이 멈춰섰다. 미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동부 항만이 처리하는 만큼 경제적 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동부 항만 파업으로 미국 경제에 하루 38억~45억달러(약 5조~6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일부 업체들은 이번 파업을 예상해 서부나 중남미, 캐나다 항구로 도착지를 변경하거나 항공 수단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운송비 증가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파업이 일주일 이어지면 그 뒤를 수습하기까지 한 달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WSJ는 경제를 다루는 문제에 있어서 유권자들은 여전히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신뢰한다면서, 항만 파업에 따른 경제 여파가 현실화한다면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업을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 정책에서 실패했다는 증거라며 공세를 펼쳤다. 그는 "이런 상황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됐고,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파업까지 벌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친노조를 표방하는 만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파업에 개입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태프트하틀리법에 따라 강제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당장 이를 적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