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가 130달러를 넘어 사상최고가에 근접해가자 엔비디아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순매도 규모가 3억7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 주가 상승시 2배 수익을 얻는 2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도 순매도 규모가 1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대신 엔비디아 주가 하락시 2배 수익을 얻는 2배 인버스(곱버스) ETF는 3000만달러가 넘는 순매수를 나타냈다. 엔비디아 주가가 100~130달러 박스권에 갇혀 있다고 판단한 베팅으로 보인다.
반도체주 상승시 3배 수익을 얻는 3배 레버리지 ETF도 순매도 규모가 1억5000만달러를 넘어서 미국 증시에서 서학개미들의 순매도 규모는 다시 3억달러를 돌파했다.
서학개미 순매수·S&P500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3~9일(결제일 기준 7~11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3억4006만달러를 순매도했다. 한주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선 것이다.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1.4%, 나스닥지수는 2.0% 상승했다. 이후 10~11일 사이에 S&P500지수는 0.4%, 나스닥지수는 0.3% 추가로 올랐다.
이 기간 사이의 순매도 규모는 올들어 최대 규모인 2주일 전(9월19~25일) 3억8185만달러에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순매도 규모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엔비디아와 엔비디아 2배 레버리지 ETF, 반도체주 3배 레버리지 ETF 등 3개 종목에서만 6억7000만달러 이상의 매도 우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3~9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를 3억7291만달러 순매도했다. 이 동안 엔비디아 주가는 120달러대와 130달러대를 잇달아 돌파하며 11.6% 급등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 6월18일에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 135.58달러에 가까이 다가가자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지며 매도 물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주가가 110달러대였을 때를 포함해 8주째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따르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도 1억4069만달러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서학개미들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도 1억5795만달러 순매도했다. 지난 3~9일 사이에 반도체주가 상승하면서 SOXL은 10.4% 올랐다.
10월3~9일 서학개미 순매도 상위 종목/그래픽=이지혜
엔비디아와 앤비디아 2배 레버리지 ETF, 반도체주 3배 레버리지 ETF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은 순매도 규모가 확 줄어 서학개미들이 4번째로 많이 순매도한 테슬라는 2726만달러 매도 우위에 그쳤다.
테슬라는 지난 10일 로보택시 공개를 앞두고 주가가 흘러 내리는 가운데 3주째 순매도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3~9일 사이에 3.2% 하락했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티렉스 2배 롱 테슬라 데일리 타겟 ETF(TSLT)도 1443만달러 순매도했다.
하지만 로보택시 공개를 앞두고 테슬라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태도는 일방적인 순매도가 아니었다. TSLT와 마찬가지로 테슬라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ETF(TSLL)는 3777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보택시 공개를 앞둔 테슬라에 대해 서학개미들은 실망스러울 것이라는 우려의 감정과 함께 뭔가 엄청난 것이 발표될 수도 있다는 기대의 감정이 교차됐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결과는 로보택시 공개가 실망스러울 것이란 예측이 맞았다. 테슬라 주가는 10일 저녁 로보택시 공개를 앞둔 당일에도 1.0% 떨어졌고 로보택시가 발표된 다음날인 11일에는 로보택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실망감에 8.8% 급락했다.
이로써 테슬라 주가는 지난 9월30일 261.63달러로 단기 고점을 찍은 뒤 올 3분기 전기차 인도량과 로보택시 공개가 잇달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지난 11일 217.80달러로 16.8% 급락했다.
이외에 서학개미들은 비트코인 자산이 많아 비트코인 대체 투자처로 여겨지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를 2519만달러 순매도했다. 최근 강세를 보여온 반도체주인 브로드컴과 AMD에 대해서는 2456만달러와 836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나스닥100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가 1636만달러 매도 우위를 보였고 빅테크주를 중심으로 10개 기술주에 동일하게 투자하는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마이크로섹터스 팡+ 인덱스 레버리지드 ETN(FNGU)도 1334만달러 순매도됐다.
10월3~9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그래픽=이지혜
반면 서학개미들이 지난 3~9일 사이에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미국의 만기 20년 이상 장기 국채들로 구성된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불 3배 ETF(TMF)였다. 서학개미들은 TMF를 4732만달러 순매수했다.
미국의 지난 9월 고용지표가 예상 이상의 호조로 확인된 이후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빅컷(0.5%포인트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잦아들며 국채수익률이 상승하고 TMF 가격이 떨어지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국채 가격은 국채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서학개미들은 TMF에 이어 애플을 4316만달러 순매수했다. 애플에 대해 3주일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선 것이다. 애플 주가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210달러에서 230달러의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403만달러의 매수 우위로 간만에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7월 초 467.56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를 찍은 뒤 급락했고 현재도 415달러선에 머물러 있다.
경기부양책 기대로 급등하던 중국 증시가 주춤하자 FTSE 차이나5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FTSE 차이나 불 3배 ETF(YINN)가 3052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직전주 1733만달러의 순매도에서 돌아선 것이다.
최근 서학개미들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슈왑 미국 배당주 ETF(SCHD)가 2449만달러의 매수 우위를 보였고 지난 4일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를 경신한 메타 플랫폼스는 2439만달러 순매수됐다. 메타는 3주째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서학개미들은 사상최고가 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순매도로 일관했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에 대해 돌연 추격 매수에 들어가며 1745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또 엔비디아가 사상최고가를 경신하지 못하고 하락 반전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반대로 2배 추종하는 티렉스 2배 인버스 엔비디아 데일리 타겟 ETF(NVDQ)와 그래닛셰어즈 2배 숏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를 긱긱 1747만달러와 1575만달러 순매수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