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감서 때아닌 챗GPT 등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금통위원들 연간 보수는 35억원인데 챗GPT는 한 달 사용료가 3만5000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14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금융통화위원 보수와 생성형 AI(인공지능)인 ‘챗GPT’ 사용료를 비교하자 장내에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정 의원은 이날 금통위원들에게 날을 세웠다. “한은에 남아있는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게 통화정책 아니겠습니까. 위원들에게 (1인당) 연간 7억원 이상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보고서를 한 번도 안 내신 분도 계시고, 강연도 안 하시고, 기고도 안 하시고 회의 때 발언도 별로 안 하신 분도 계십니다.”
그는 챗GPT를 구동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오는 11월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물어본 결과를 소개했다. “미국이 최근 금리를 인하했고, 한국도 지난 10월에 금리를 내렸다. 11월에 추가 인하가 필요하겠냐고 물었을 때 챗GPT가 25초 만에 금리 동결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답을 냈다”는 것이다. 또 “여기에 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 환율 모니터링 등 후속 정책 제안까지 한다”고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면 반박에 나섰다. “한은의 명예와 관련한 것이라 명확히 한다”며 “금통위원 발언 수는 회의록에 나온 것뿐이지만, 저희는 한 달에 몇 번씩 만나 수시로 회의를 하며 의견을 듣는다”고 했다. 또 “저도 시험하기 위해 챗GPT를 써본다”며 “챗GPT의 경우 (10월에) 금리를 동결하는 게 최선이라는데, 이번에 금리를 낮춘 것을 보면 역시 챗GPT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 10월 금리 결정에 앞서 이 총재가 챗GPT에 질문을 던져봤다는 것이다.
이날 국감에서 민주당 김영진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실기론을 제기했다. 이 총재는 “사실 7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빨리 오르고 가계 부채 증가 속도도 너무 빨라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기 위해 쉬었다 내린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한은에서 통화정책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교육·노동 등 경제 구조 개혁과 관련된 보고서가 연달아 나온 것을 두고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이 “선출직 정치 입문 계획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 총재는 “(출마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아리 기자 usimj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