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분석… 애플·테슬라 등 ‘M7′ 평균 수익률 47%
일러스트=박상훈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1000억달러(약 14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미국 주식 투자에서 최대 70%대의 고(高)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이 좋은 게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으로 달려가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최근엔 지난 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미국 주식시장에서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정책에 이익을 볼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까지 강화되면서 미국 주식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우선주의와 친기업 정책을 펴면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원화를 달러로 바꿔 미국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주가 상승으로 보는 시세 차익에 환차익까지 더해 ‘더블(double)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국내 증시에서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올 들어서만 35%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엔비디아 투자자 99%가 수익
14일 키움증권의 개인 고객 데이터 분석 결과, 엔비디아와 메타(페이스북 모회사)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73%와 68%로 집계됐다. 수익률은 고객들의 각 종목 평균 매수 단가와 지난 8일 기준 종가를 달러 기준으로 비교한 값이다. 엔비디아와 메타는 지난 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각각 147.63달러, 589.34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키움증권 개인 고객들의 평균 매수 단가는 이보다 크게 낮은 85.37달러, 349.89달러였다. 이런 매수 가격은 엔비디아는 올해 3~5월쯤, 메타는 올해 초의 가격 수준이다.
이 외에도 애플(48%), 테슬라(43%), 아마존(34%), 구글(35%), 마이크로소프트(30%) 등 미국의 대표 기술주인 소위 ‘M7(매그니피슨트 7)’ 종목에 투자한 이들 모두 30%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 M7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47.2%에 달했다. 키움증권은 9월 기준 국내 해외 주식 리테일 점유율 32.1%를 기록하고 있다.
이 종목들에서 수익을 낸 개인 투자자 비율을 살펴보면, M7 투자자들의 평균 96.1%가 수익을 낸 구간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엔비디아(99%, 12만4999명), 아마존(99.2%, 3만1001명), 애플(96.9%, 16만5999명)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대부분 수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을 낸 투자자 비율이 가장 낮은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였지만, 이마저도 수익 투자자 비율이 88.8%로 높았다.
레버리지 투자에는 희비 엇갈려
그러나 해외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상승, 하락 중 어디에 베팅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명확히 갈렸다. 레버리지 투자란 주식 가격이나 지수 등의 하루 변동률의 2~3배에 베팅하는 투자 상품을 말한다. 키움증권 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100 지수의 하루 변동률의 3배를 추종하는 ‘TQQQ’의 경우, 투자자 98.4%가 수익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수익률은 51% 정도로 미국의 대형 기술주인 엔비디아와 메타에 투자한 경우보다는 수익률이 낮았다.
반대로 미국 기술주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오는 ETF에 투자한 이들은 손실을 봤다. ‘SQQQ’(나스닥100 지수의 일일 등락률 역방향 3배 추종) 투자자들의 90.3%, ‘SOXS’(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일일 등락률 역방향 3배 추종) 투자자들의 92.6%가 손실을 봤다. 이들은 각각 평균 -1%, -75%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레버리지 상품은 방향성과 타이밍 모두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매수해야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는 매우 어렵다”며 “이런 상품에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쉽게 미국 주식 살 수 있는 것도 영향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좋은 실적 때문에 주가 상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화를 달러로 바꿔 투자하는 경우에는 환차익도 영향을 준다. 환차익이란 해외 주식 매수 시점과 매도 시점의 환율 차이로 발생하는 이익을 말한다.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승리 이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2년만에 1400원선을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보이면서(원화 약세, 달러 강세), 서학개미들이 달러 수익을 원화로 환전했을 때 얻는 환차익 폭도 커지게 됐다.
국내 증권사들이 모바일 앱 등으로 손쉽게 미국 주식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으로 달려가는 이유다. 일부 증권사들은 미국 주식을 사고팔 때 드는 수수료를 일정 기간 0%로 제공하거나, 다른 회사와 거래하던 해외 주식을 옮겨올 경우 수수료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 증시의 수익률 격차가 확대되면 향후 ‘주식 이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증권사들은 서학개미들을 붙잡기 위해 미국 주식 거래의 편의성을 계속 높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M7
M7은 ‘매그니피슨트 7(Magnificent 7)’의 약자로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아마존, 알파벳(구글), 메타(페이스북) 등 미국 주식 상승세를 이끄는 빅테크 기업 7곳을 뜻한다. 이 용어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이클 하트네트 최고투자전략가가 명명한 것으로, 1960년대 서부극 영화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에서 영감받았다고 한다.
김승현 기자 mykim01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