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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질 수 있다”…대기업 사장들, 오죽했으면 긴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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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미즘프라임
4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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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 김창범 상근부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4.11.21 [이충우 기자]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요 그룹 사장단과 공동성명을 낸 것은 9년여만이다. 이사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입법 움직임이 그만큼 경영환경에 위협적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의 상법개정안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대상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4대그룹을 포함한 16개그룹 사장단은 21일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소송 남발과 해외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 경영활동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국회에 관련법안 논의를 중단해줄 것을 촉구했다.


재계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할 경우 이사회 마비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배임죄까지 결부돼 이사들의 법적 리스크가 증폭되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나 기업가정신의 위축은 물론이고 사외이사 구인난도 예상된다. 특히 주주들에 의한 상시 소송 리스크와 해외투기자본의 공격도 재계의 걱정거리다.


사장단은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소수주주 피해 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다만 범위가 넓은 상법 개정 대신에 소수주주 보호를 담은 기존 자본시장법 규정 손질을 통해 세밀하면서도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김창범 상근부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4.11.21 [이충우 기자]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합병이나 분할시 의도치 않게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핀셋 개선이 필요하다”며 “상법 개정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합병·분할시 실질적으로 소액주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안별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자는 얘기다. 현재 자본시장법에는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는 제도가 규정돼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상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보완 입법 필요성은 인정했다. 한 대표는 “물적분할 등에서 지적된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자본시장법이 아닌 상법에 넣으면 많은 혼란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장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와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는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촌음을 아껴가며 경영에 매진하고 있는 대기업 사장들이 모여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경제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최근 우리경제는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경제의 주춧돌이 되어왔던 수출마저 주력업종 경쟁력 약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향후를 장담하기 어렵게 되었다”며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성장동력을 되살리기 위하여 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날 긴급 성명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기업들이 경영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2.0 행정부 출범, 차이나 테크의 공습, 내수 위축과 경제 성장률 둔화, 달러당 1400원대로 치솟은 환율까지 대내외 환경은 어느 하나 녹록치않다. 철강, 화학, 배터리 분야 실적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4136억원을 기록했다. 10월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중국발 물량공세에 고전중인 LG화학은 올 3분기 3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 역시 3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배터리 업계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며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다.


경영 자금도 말라가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385억원에 달했는데, 현금성 자산은 2분기 1269억원에서 3분기 507억원으로 반토막났다.


효성화학 역시 적자 폭은 다소 감소했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분기 1514억원에서 3개월 만에 886억원으로 감소했다. 판매 부진에 재고자산 역시 4099억원 늘어났다.


철강 분야에서는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매출액 감소가 결국 3분기 영업이익을 시장 예상보다 더 크게 떨어뜨렸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이 작년 4분기에 이어 또다시 올 3분기에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되기도 했다.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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