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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아파트 분양권을 팔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 수억 원을 체납한 A 씨. 그는 세금 낼 돈으로 20여종의 가상자산(코인)을 샀다. 또 일부는 모친과 사촌 등의 개인지갑으로 이전하는 등 국가의 추적을 피해 자금을 분산했다.
다행히 국세청이 A 씨의 꼼수를 발각해 보유 중인 코인을 강제 징수하고, 가족에게 이전한 가상자산은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A 씨처럼 코인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에 대해 국세청이 올해 하반기 압류한 돈은 287억원. 그러나 코인을 통한 탈세는 드러나지 않은 것이 훨씬 많으며,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탈세를 위해 코인을 구입한 이들은 최근 코인 가격이 급등해 기대 밖의 소득까지 거둔 상황. 무너진 한국 증시에서 번 돈도 없이 손절하는데도 거래세까지 물어내야 하는 주식 투자자들로서는 속이 쓰리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운데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를 내년에 시행할 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20년 통과된 이 법안은 2022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연기됐고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추가 유예가 없다면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서 250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 전체에 22% 세율의 과세가 이뤄지게 된다.
당초 주식 등에 대한 과세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증권거래세 인하와 함께 패키지로 도입될 예정이었는데, 금투세 도입이 무산되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다시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투세 도입이 무산된 만큼 세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면 증권거래세도 인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가상자산 과세까지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것이 모두 받아들여질 경우 주식에만 과세를 하고 가상자산은 세금을 안내는 기존의 불균형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회 청원24 홈페이지에는 ‘2025년 1월 1일 코인 과세 유예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청원이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 청원이 올라왔는데, 불과 하루 만에 5만명이 동의해 청원 요건을 채웠다. 국회 청원은 1개월 내로 5만명 동의를 모으면 관련 상임위에 회부돼 심의 대상이 되고, 이어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갈 수 있다.
자신을 20대 청년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가상자산 과세는 너무 성급하다”면서 “제대로 된 법과 보안도 없이 과세만 추진하는 것, 연 250만원 비과세 초과분에 대한 22% 세율을 매기는 것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가 유예를 거쳐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 과세하는 것이 맞다”라고 덧붙였다.
여야의 입장은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 없이 시행하되, 수익 공제액을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이는 세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은 주식에 있어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철회됐기 때문에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가상자산 과세는 2년 유예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대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기로 한 이유는 첫째, 청년들이 가상자산에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청년들의 부담을 줄이고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둘째, 가상자산 특수성상 현재 법제와 준비상황으로는 형평성 있는 과세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많은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적기도 했다.
김성훈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