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생산되는 HBM도 중국 수출 길이 막히게 된다.
(사진=로이터)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기 때문에 미국산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HBM에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이번 수출통제를 받게 된다. 이번 규제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상무부는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memory bandwidth density)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제품을 통제하기로 했다.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은 이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HBM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길은 모두 막히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 일부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 이번 수출 규제에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어 당장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해진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사실상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에 HBM 물량 대부분을 공급하며 HBM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상무부는 또 중국이 첨단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도 발표했다.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에도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적용해 한국에서 생산되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도 중국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
상무부는 이외 중국의 군 현대화와 연관된 기업 140개의 명단을 추구하고 이들 기업에는 첨단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중국에 있지만 일부는 일본, 한국, 싱가포르에 있는데 한국에서는 ‘ACM 리서치 코리아’와 ‘엠피리언 코리아’ 2개 기업이 지정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군 현대화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첨단반도체와 AI 기술이 핵심이라고 보고 그동안 일련의 수출통제를 통해 중국의 기술 확보를 견제해왔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우리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첨단기술의 생산을 현지화하려는 중국의 능력을 우리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약화하고자 하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표적화 접근의 정점”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우리의 적들이 우리의 기술을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중대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김상윤(yoo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