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 방안을 논의 중인 국민의힘이 혼란에 빠졌다. '2월 하야-4월 대선'과 '3월 하야-5월 대선' 등의 방안이 거론되지만 당의 의견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자진 하야 대신 탄핵소추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 것도 혼선을 더한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직을 대행하고 있는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퇴진 시기를 묻는 질문을 받고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정점식 의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TF(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에서 계속 논의 중일 것"이라며 "그 결론이 당장 나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어 윤 대통령 퇴진 시기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현재의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며 "계속 새로운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데 하야 시점을 논의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는 의견들도 많다"고 밝혔다. 영남권 한 초선 의원은 "저마다 의견이 있지만 구심점이 없어 모이지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혼란에 빠진 것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위헌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자진 하야를 건의해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하야 시점까지 국무총리 등이 국정 운영 권한을 갖는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버티고 있는 한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이양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앞서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윤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민의힘과 상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매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탄핵소추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여론이 매일같이 악화하고 있다. 김재섭 의원 사무실 앞은 이미 밀가루와 계란 등으로 뒤덮였다. 언제까지고 하야가 더 나은 방향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질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탄핵소추를 막아달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 "자진하야보다는 탄핵심판을 받아보겠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지는 점도 당 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 같은 윤 대통령 의중을 무시한 채 전략을 짜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을 하고 있는 의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의 탄핵 찬성 의사는 와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점식 의원은 "지금 아무도 대통령의 뜻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전직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의중은 당에서 논의되는 2∼3월 하야 시나리오보다는 최장 6개월이 소요되는 탄핵심판이 낫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며 "당장 의원들이 탄핵소추안에 찬성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