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증시가 흔들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또한 크게 줄었다. 증시 상승에 공격적으로 베팅하려는 투자자가 급감하며 신용잔고는 2020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다만 KB금융(86,800원 ▲ 1,400 1.64%), 하나금융지주(60,100원 ▲ 900 1.52%) 등 일부 금융주는 신용거래가 늘어났다. 비상계엄 정국에 금융주 주가가 급락했지만, 투자자들은 향후 미 달러화 대비 원화(원·달러 원화) 환율이 안정되면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신용융자잔고 금액(신용잔고)은 15조74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당시 증시가 급등하기 시작할 때인 2020년 8월 26일(15조7056억원) 이후로 4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용잔고가 15조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약 2년만으로, 올해 7월 20조원을 넘겼던 것과 비교해도 5개월 만에 5조원 가까이 빠졌다.
신용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이러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감소한 것은 향후 증시 흐름을 비관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KB금융 등 금융주에는 신용거래가 몰렸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계엄 이후 첫 신용거래 결제일인 이달 6일부터 11일(매매일 12월 4~9일)까지 KB금융의 신용잔고가 234억원 규모로 가장 많이 늘었다. KB금융에 이어 카카오페이(30,450원 ▲ 50 0.16%)(65억원), 하나금융지주(60,100원 ▲ 900 1.52%)(44억원)가 단일 종목 기준 신용잔고 증가액 2, 3위를 차지했다. 그 외 신한지주(50,600원 ▲ 200 0.4%)(17억원), 키움증권(119,200원 ▲ 1,000 0.85%)(16억원), 삼성증권(47,300원 ▲ 800 1.72%)(13억원), 우리금융지주(15,740원 ▲ 110 0.7%)(10억원) 등의 신용잔고도 소폭 증가했다.
금융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업종 중 하나다. 정책 공백이 길어지면서 연초부터 주가 상승 재료였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달 4일부터 전날까지 KB금융 주가는 15.6% 하락하고, 신한지주(-10.6%), 하나금융지주(-10.3%), 우리금융지주(-9.1%) 등이 급락했다.
하지만 금융주들의 낙폭이 두드러지자, 저가 매수에 들어간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공시한 밸류업 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급락한 원화 가치가 향후 회복하면서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권이 안정되고 수습되기까지 3~6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기간 금융주들의 분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정상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중국 위안화와 엔화 등의 화폐 가치가 상승하면서 강달러 추세도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며, 금융주의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이 기간 13% 상승했는데, 계엄 수혜주로 묶이며 신용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윤석열 정부와 대립했던 카카오(43,800원 ▼ 800 -1.79%) 그룹주에 대해 반사이익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카카오페이의 경우 내년 증권과 보험 사업이 호조를 보일 것이란 증권가 전망도 신용거래 증가에 영향을 줬다. 카카오 신용잔고도 28억원가량 늘었다.
조선비즈 강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