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풍 맞은 한국경제
외인 하루에만 8000억 매도 폭탄
11월 공급물가 7개월만 최대 상승
“경제성장률 하락 폭 더 커질 수도”
코스피가 장중 2,400선이 붕괴된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한국 금융시장이 계엄·탄핵 후폭풍과 미국발 환율 쇼크에 짓눌리고 있다. 증시는 이틀째 급락했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올랐다(국고채 가치 하락). 고환율로 수입 물품 가격이 오르면서 진정 기미를 보였던 물가마저 들썩이고 있다. 내수 부진에 빠진 한국 경제에 ‘위기의 먹구름’이 짙어졌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대규모 이탈에 이틀째 내리막을 걸었다. 장중에 ‘심리적 저지선’인 2400이 무너지기도 했다. 장 마감 직전에 간신히 회복하며 전일 대비 31.78포인트(1.30%) 내린 2404.15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이날 하루에만 8212억원어치를 팔았다. 전날보다 매도 규모가 커졌다. 코스닥도 16.05포인트(2.35%) 내린 668.31로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금리 인하 결정에 따른 충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리스크를 원인으로 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의회에서 임시예산안 부결로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가 고조돼 불안 심리가 확산됐다. 또 ‘네 마녀의 날’(4가지 파생상품 동시 만기일)과 미국의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발표 등도 증시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틀째 145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적 금리 전망과 일본은행의 금리 동결이 달러 강세, 엔화 약세라는 원화에 부정적인 환경을 조성했다”며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계속되고 있어 환율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환율 여파에 물가는 요동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공급물가지수(국내 생산품과 수입품 가격을 함께 측정한 지수)는 10월 대비 0.6% 상승하며 지난 4월(1.0%)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공급물가는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입 물가가 뛰면서 생산자물가보다 상승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10월보다 0.1% 올랐다. 8월(-0.2%) 이후 하락세였으나 지난달에 상승 전환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수다. 이 팀장은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나 소비자물가에도 반영될 전망”이라고 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국내 수요가 많이 위축돼 있어 물가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만약 물가가 오르면 임금이 정체된 상황에서 실질소득이 줄게 되고, 소비가 더 위축돼 경제성장률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없게 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환율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50%에서 75%로, 외국은행 지점의 경우 250%에서 375%로 상향하는 등 외환 수급개선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장은현 기자(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