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경 통계청 소득통계과장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지역소득 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년 명목 지역내총생산은 2404조 원으로 전년보다 77조 원 증가했고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4649만 원으로 전년보다 145만 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작년에 걷힌 종합소득세의 절반가량은 소득 상위 1%가 부담했다. 소득 상위 10%로 넓히면 세금의 85%를 냈다.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소득세의 누진세 구조와 함께 아예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높은 한국의 특수성이 작용한 결과다.
20일 국세청에 따르면, 작년분 종합소득세 납세자 1148만명(근로소득만 있는 직장인 제외) 가운데 소득 상위 1%의 종합소득은 약 81조원으로 전체 종합소득(약 386조원)의 21.1%였다. 하지만 상위 1%가 낸 세금은 약 25조원으로 전체 세액(52조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49.3%로 집계됐다. 상위 10%는 전체 소득의 52.1%를 벌었는데, 세금은 전체 종합소득세 납세자의 84.8%를 부담했다. 작년에 근로소득을 신고한 직장인 2085만명을 기준으로 봐도 상위 10%는 전체 소득의 31.6%를 벌었는데, 전체 세금의 72.2%를 부담했다.
이처럼 세금의 상당 부분을 소득 상위층이 부담하는 것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작년 종합소득세 신고자 4명 중 1명꼴인 24.7%(284만명)는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적용한 결과 최종 세액이 0원으로 결정된 면세자였다. 근로소득 신고자 기준 면세자는 689만명으로 전체의 33%였다. 이 비율은 2022년(33.6%)에 비해 0.6%포인트 감소하는 등 줄어드는 추세지만, 미국 31.5%(2019년), 일본 15.1%(2020년), 호주 15.5%(2018년)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회 조세정책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높은 면세자 비율은 세부담 불형평, 소득세의 정상적인 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라며 “과세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추가적인 공제 확대는 지양하고 복잡한 공제 제도를 통폐합해야 한다”고 했다.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 소득세 세율이 높은데도 소득세 세수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것도 면세자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6.1% 2022년 기준)에 비해 9%포인트 가까이 높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율은 한국이 6.6%로 OECD 평균(8.2%)에 비해 1.6%포인트 낮다. 각종 감면 혜택을 감안한 실효세율은 한국이 4.8%로 OECD 평균(10.1%)의 절반도 안 된다.
정석우 기자 sw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