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주간(오후 3시30분) 종가기준 전 거래일(1451.4원)보다 0.6원 내린(환율은 상승) 1452원에 마감했다
1달러=1452원. 미국 달러대비 원화가치가 3거래일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45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불안한 국내 정치 상황 속에, 진정되지 않는 강달러와 중국 위안화 약세가 겹친 영향이다. 원화가치는 주간 종가기준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주간(오후 3시30분) 종가기준 전 거래일(1451.4원)보다 0.6원 내린(환율은 상승) 1452원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기준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낮다. 지난 19일 기록했던 직전 연저점(1451.9원)도 2거래일 만에 새로 썼다. 야간 시장 개장 이후엔 장중 달러당 1454원까지 하락 폭을 키웠다.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도 원화가치가 1450원대에 머무르는 건 ‘달러 강세’ 영향이 크다.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에서 ‘매파적 인하’를 단행한 뒤 달러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어서다. 불쏘시개는 Fed의 내년 인하 속도 조절 예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와 일본 엔 등 주요 여섯 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한국시간으로 23일 오후 6시 기준 107.91로 연초 이후 5.6% 급등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맥을 못 추는 것도 원화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의 원화는 위안화 가치와 동조화 경향이 강하다. WSJ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는 23일 장중 심리적 저항선인 ‘1달러당 7.2위안’을 뚫고 달러당 7.2993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강세 흐름으로 돌리긴 쉽지 않다고 봤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불안한 정국 속 트럼프 고관세 위협, 중국 경기 침체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동안 원화값은 1450원대에 머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근 원화가치 하락에 대해 “절반 정도는 정치적 이유고 나머지는 강달러 때문”이라며 “외환 당국은 환율의 일방적인 급변동에 대해 강력한 시장안정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