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에 요금 현실화 난항
환율 급등에 한전 재정난 지속
한국전력공사가 23일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유지하는 1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발표했다.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전기 계량기. 뉴시스
내년 1·4분기 전기요금이 사실상 동결된다. 탄핵정국에 돌입하면서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전기요금 현실화 정책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의 재정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23일 한전은 내년 1·4분기에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연료비조정요금은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이다. 최근 3개월간의 연료비 가격 동향을 반영한다면 한전은 내년 1·4분기에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해야 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재무상황이 여전히 심각하고, 전기요금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력량요금의 미조정액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해 연료비조정단가를 kwh당 '+5원'으로 유지하는 방침을 정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조정요금이 동결된 가운데 전기요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다른 전기요금 구성요소인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을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소추 등 정국이 혼란한 점을 감안하면 요금조정은 쉽지 않다. 사실상 동결이다.
한전은 올해 4·4분기에는 전체 고객의 약 1.7%에 해당하는 산업용 고객에 한해서만 평균 9.7% 인상하는 등 전기요금 현실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탄핵정국에 돌입하면서 더욱 요금인상을 추진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로써 한전의 재정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를 전후로 한 2021∼2023년 원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면서 43조원대의 누적 적자를 안았다. 2021년 2·4분기부터 누적된 한전의 적자는 지난 3·4분기 말 기준 37조6906억원이다. 부채는 204조1248억원으로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엄사태 후 환율이 요동치는 것도 악재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약 15년 만에 처음 1450원을 돌파한 이후 이날 기준으로 1440원대 후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은 에너지 수요가 높은 만큼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 측은 "정부가 한전의 재무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올해 4·4분기와 동일하게 kwh당 5원을 계속 적용할 것을 통보했다"며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도 철저히 이행해 달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지영 기자 (aber@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