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3일(현지시간) AI(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안을 발표하면서 관련주가 급락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일부 동맹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대해 AI 반도체 수출 물량을 제한하고 미국 기업이 AI 칩 수출을 위해 얻어야 하는 라이선스 요구 조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나 라이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는 미국의 혁신이나 기술 리더십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전세계에 신뢰할 수 있는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AI와 관련한 국가 안보 리스크를 방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새로운 규제가 미국의 적들로부터 첨단 AI 기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AI 칩 수출 규제가 기존과 다른 것은 AI 반도체를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는 국가와 수출 물량에 한도가 있는 국가, 아예 수출이 금지되는 국가 등 전세계 국가를 3개 등급으로 분류해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는 국가를 중국을 포함해 120개국 이상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날 이같이 확대된 수출 통제안이 발표되면서 엔비디아가 2% 하락하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4.3%, TSMC ADR(미국 주식예탁증서)이 3.4% 급락했다. 서버 제조업체인 델 테크놀로지스와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도 4.0%와 4.7%씩 떨어졌다.
다만 AMD는 1.1% 올랐고 브로드컴도 0.4% 강세로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발표된 바이든 행정부의 AI 칩 수출 규제에 대해 "전례 없는" 조치로 미국의 AI 리더십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엔비디아의 정부 관계 업무를 담당하는 네드 프린클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막바지에 적절한 검토 절차 없이 200쪽이 넘는 규제 더미로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러한 지나치게 광범위한 규제는 미국의 선도적인 반도체와 컴퓨터, 시스템, 심지어 소프트웨어가 전세계적으로 설계되고 판매되는 방식에 관료주의적 통제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조치가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것을 번거롭고 어렵게 만들어 미국의 수출 통제국에서 중국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 전문가들도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로 중국의 AI 칩이 미국의 수출 통제국에서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의 중국 실적 전망은 중국에 대한 AI 칩 수출 규제가 처음 도입된 2023년 말부터 이미 줄어들었다.
다만 이번 규제는 120일간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야 시행될 수 있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철회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때 "AI 혁신을 방해하는 조 바이든의 위험한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때의 AI 칩 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