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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채권도 매도세로… 환율엔 또다른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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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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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주식·채권 5조7000억 유출

작년 12월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 채권을 ‘쌍끌이’ 매도하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5조7000억원가량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이 컸던 2020년 3월 이후 4년여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지난여름부터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며 ‘셀 코리아(sell korea)’ 행렬이 이어졌지만, 그나마 채권에선 매수세였는데 지난달에는 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이 이탈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 채권을 모두 매도한 것은 2023년 10월 이후 1년여 만이다.


그래픽=박상훈


채권시장도 매도세 전환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자금은 38억6000만달러 순유출로 집계됐다. 자금이 순유출됐다는 건 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들어온 것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달러 대비 원화 환율(1472.5원)로 환산하면 약 5조6839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 3월 73억7000만달러 순유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 규모가 컸던 것은 주식, 채권 모두에서 자금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은 작년 8월부터 이미 순유출되고 있었다. 8~12월의 주식 자금 순유출액을 합하면 작년 마지막 다섯 달 동안 주식시장에서 170억달러가량 빠져나갔다. 그나마 8~11월에는 채권시장에 외국인 투자 자금이 들어왔는데, 12월엔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 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섰다.


지난달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12억8000만달러가량 돈을 뺐다. 작년 3월 33억9000만달러 순유출 이후 처음으로 돈이 빠져나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특히 채권 중에서 ‘국가의 보증수표’라고 할 수 있는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 보유액은 3조원가량 감소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행 지표 격인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지난달 한국 국채(선물 3년~30년물 기준)를 15조894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월간으로 보면 2021년 9월 21조3513억원 순매도 이후 최대치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것이란 판단과 함께 지난달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한국의 정치 불안이 한국 국채의 매도세를 더욱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은 “채권은 상대적으로 장기자금 성격인 만큼, 장기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그만큼 한국이 불확실성 등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처가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시적이란 의견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3, 6, 9, 12월에 채권 만기 상환이 돌아오는데 재투자가 되지 않으면 자금이 빠지는 것”이라며 “연말 만기 도래가 많고, 연말 연휴로 외국인 투자가 둔화된 경향이 있는 만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셀 코리아’는 환율 높이는 요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작년 8월부터 한국 주식시장에서 ‘팔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들은 올해 7월 초까지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서 25조원가량을 순매수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우리 정부의 밸류 업 정책 등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는 7월 중순 이후 삼성전자 등의 메모리 사이클 둔화 우려 등으로 매도세로 전환됐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위원은 “7월 중순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24조7000억원어치를 팔았는데, 삼성전자가 22조원, SK하이닉스가 2조원가량으로 대부분 반도체 종목이었다”고 했다. 작년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금은 20억2000만달러로 집계돼 2023년(81억6000만달러)의 4분의 1토막 수준에 그쳤다.


외국인의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 하락 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주요 통화의 가치 변화를 살펴보면 원화 가치가 5.2% 떨어져, 일본(-5.0%), 중국(-1.5%) 등 주요국들에 비해 하락 폭이 더 컸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주식 투자금은 환 헤지(환율 위험 분산) 비중이 낮은 만큼, 주식 투자금 이탈이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최아리 기자 usimj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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