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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용 배터리 수출, 전기차용 첫 추월… ‘캐즘’ 버팀목 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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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신설

글로벌 ESS 수요 증가세 ‘훈풍’

LG엔솔 등 배터리 3사도 태세전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셀 수출 규모가 지난해 처음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뛰어넘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제품 가격 하락 등이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 금액을 끌어 내렸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신재생에너지 발전소용 ESS 수요가 계속 늘면서 이런 역전 현상을 일으켰다.


15일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ESS용 리튬이온배터리 수출 금액은 29억6800만 달러(약 4조3000억원)로 같은 기간 전기차용의 수출 규모 11억72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를 넉넉히 앞질렀다. 연간 기준으로 ESS용 배터리 수출이 전기차용보다 많았던 건 이번이 처음이다. ESS용 배터리 수출은 2022년 21억3800만 달러(약 3조1000억원), 2023년 26억600만 달러(약 3조8000억원)를 기록한 후 지난해 전년 대비 13.9%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 규모는 2022년 25억25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 2023년 26억5600만 달러(약 3조9000억원)로 증가하다가 지난해 전년 대비 56% 급락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 감소 원인으로는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산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 확대, 핵심 광물 가격 하락으로 인한 제품 가격 하락 등이 지목된다. 반면 ESS는 AI 열풍과 그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증가의 혜택을 받고 있다. AI 산업을 지탱하는 데이터센터는 항상 전력 공급이 끊겨선 안 되므로 비상용 대용량 배터리 역할을 하는 ESS 설치가 필수다. 데이터센터의 급증이 촉발한 전력 확보 경쟁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의 증가로 이어졌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에도 ESS가 필요하다. 햇빛이나 바람은 시간, 날씨에 따라 오락가락해 발전량이 일정치 않기 때문이다. 발전량이 많을 때 ESS에 생산한 전력을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써야 한다.


SNE리서치는 ESS 시장이 2023년 185GWh에서 2035년 618GWh까지 연평균 10.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SNE리서치 측은 “ESS 시장은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한국 배터리 셀 3사는 ESS 강화를 통한 사업 다각화로 전기차 수요 침체기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가운데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2년에는 미국에 ESS 전문 자회사 버테크를 세웠다. SK온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 때 ESS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뒀다. 향후 ESS용 배터리 생산설비를 구축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ESS용으로 삼원계 배터리만 생산해왔는데 내년부터는 현재 개발 중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ESS용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계획이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ESS용 배터리 수출 증가는 배터리 업계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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