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사진 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인한 미국 내 정책 변화에도 배터리 산업의 장기적인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24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내 정책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전동화 속도를 늦추겠지만 배터리 사업의 미래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를 뒤집고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한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셀 제조업체들은 이같은 조치가 단순한 행정명령 철회에 그치지 않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 폐지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IRA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제조업 육성을 목표로 다양한 세액 공제 규정을 포함한 법안으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중요한 정책적 기반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에만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45X) 혜택으로 3773억원의 손실을 상쇄할 수 있었다.
하지만 45X 조항이 축소될 경우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다수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은 고정비 증가와 투자비 회수 지연 등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미국 혼다 합작공장(40GWh), 얼티엄셀즈 3공장(50GWh, GM 합작), 현대차 합작공장(30GWh), 애리조나 자체공장(36GWh) 등 대규모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창실 부사장은 "전기차를 구매할 때 소비자에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의 미국 세액 공제 보조금 정책이 변경될 경우 전기차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수요 하락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부사장은 "IRA 정책 가운데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30D 조항의 폐지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만 AMPC 45X는 변동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배터리 사업의 미래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IRA에는 30D 조항과 45X 조항이 포함돼 있다. 30D 조항은 전기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규정이다. 또 45X 조항은 배터리 제조사와 태양광 모듈 생산 기업 등 생산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규정이다. 세액 공제와 장기 투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45X 조항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배터리 제조사들이 실제로 겪는 타격은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산업연구원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45X 조항을 완전히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45X 조항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양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실장은 "친환경차 구매 세액 공제는 지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지만 AMPC는 미국 내 투자와 생산을 촉진하는 효과가 커 상대적으로 변화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될 경우 선제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온 기업으로서 오히려 경쟁 우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다수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은 5∼10%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제시했다.
최지원 기자(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