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엔솔바이오 2대주주로
‘슈퍼개미’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가 코넥스 상장사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 잇달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주목받는다. 형 대표는 엔솔바이오 유상증자에 이어 전략적투자자 지분까지 모두 인수하면서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형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처남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형 대표 등판 소식에 코스닥 이전 상장을 준비 중인 엔솔바이오 주가는 최근 한 달간 70% 넘게 올랐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형 대표는 지난해 12월 100억원(118만637주)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 이어 지난 1월 6일 휴메딕스에 엔솔바이오 주식 55만여주(지분율 약 5%)를 사들여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오는 1월 24일 형 대표가 유상증자 납입을 마치면 엔솔바이오 지분 총 173만692주를 확보한다. 지분율은 14.3%로 늘어난다. 엔솔바이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 김해진 대표 지분율은 17.7%다.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
형 대표는 삼성SDS, 한게임, 네이버, 한게임재팬 등을 거쳐 카카오 이사, 케이큐브홀딩스 대표를 거쳤다. 2011년부터 경영 컨설팅 기업 스마트앤그로스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그는 알테오젠 초기 투자 성공 스토리로 유명하다. 형 대표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알테오젠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알테오젠 2대 주주다. 최근 종가 기준 평가액만 8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신고가 땐 그의 평가액도 1조원을 찍었다.
엔솔바이오는 펩타이드 기반 신약 개발사다. 펩타이드는 단백질 구성요소 아미노산이 20~50개 정도 연결된 물질로 ‘단백질 기능을 가진 최소단위’로 규정된다.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은 단백질 중에서도 뛰어난 생리활성을 가진 최소단위를 선별해 생체 신호전달·기능을 조절한다. 덕분에 펩타이드 기반 신약 후보물질은 ‘생체친화적’이란 차별성을 가져 부작용은 적으면서 소량으로 강력한 약리작용·활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평가된다.
형 대표 역시 엔솔바이오가 가진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골관절염 치료제 등 신약 파이프라인 잠재 가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 일각에서는 형 대표가 2대 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회사 측은 그의 지분 확대가 단순 투자 목적에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엔솔바이오는 형 대표 구원 등판으로 가까스로 한숨을 돌렸단 평가다.
당초 엔솔바이오는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했으나 지난 2023년 말 이를 자진 철회하면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후폭풍은 컸다. 2020년부터 자본잠식에 빠진 엔솔바이오는 대부분의 바이오텍이 그렇듯 전환사채(CB)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2021년 타이거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코리아바이오유니콘 창업벤처전문 PE, 글루온채권투자 등이 줄줄이 CB를 인수했다. 전략적 협업을 위해 휴온스그룹 휴메딕스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이전 상장 무산 소식에 투자금 회수(Exit)를 바라보던 재무적·전략적투자자들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나서자 엔솔바이오를 두고 백척간두에 몰렸단 평가가 나왔다.
휴메딕스와는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전도 벌였다. 휴메딕스는 신주인수계약 때 투자금을 연구개발(R&D)에 쓴다는 조건을 걸었는데, 엔솔바이오 측은 이를 타이거자산운용 CB 풋옵션 행사에 썼다. 휴메딕스 측은 이를 계약 위반으로 보고 김해진 대표를 상대로 풋옵션 행사·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을 냈다.
꼬일 대로 꼬인 자금줄 실타래를 풀어준 게 형 대표다. 그는 100억원 규모 증자에 참여한 데 이어 휴메딕스와 풋옵션 분쟁도 해결사로 나섰다. 휴메딕스는 김해진 대표에게 풋옵션을 행사해 돈을 받고 주식을 넘기고 이를 다시 형 대표가 김 대표로부터 사들이는 식이다. 휴메딕스 측이 신주인수계약 시기로부터 연복리 10%를 적용해 풋옵션 관련 제반 비용은 증자 당시 50억원에서 60억원으로 늘었다.
코스닥 이전 상장 재시동
이익 가시성 높이는 데 주력
형 대표를 등에 업은 엔솔바이오는 코스닥 이전 상장 재도전에 나선다. 2023년 예비상장심사 자진 철회 뒤 절치부심하며 기술 수출과 파이프라인 강화 등 내실도 다지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솔바이오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첫 관문인 기술성평가를 다시 신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술성평가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두 곳에서 기술 완성도와 인력 수준, 성장 잠재력 등을 평가받는 절차다. 두 곳에서 BBB등급 이상, 적어도 한 곳에서 A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2022년 9월 엔솔바이오는 기술성평가를 통과한 적이 있다. 당시보다 신약 개발 가시성이 더 높아졌기에 이번에도 기술성평가는 무난히 통과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단기적으로는 지난 예심 과정에서 과제로 지목받은 기술 수출 경험 축적과 파이프라인 수익화 등에 주력한다.
성과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 ‘P2K’의 추가 적응증(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증상)에 대한 기술을 수출했다. 골관절염, 섬유증, 종양 등에 대해서다. 이 계약으로 엔솔바이오는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500만달러(약 72억원) ▲진행 단계별 마일스톤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 ▲P2K 기반 적응증 확대 제품의 미국 시판 후 순매출에 따라 10년간 별도 경상기술료(로열티) 등을 스파인바이오파마로부터 받는다.
추가 기술 수출도 기대된다. 골관절염 치료제 ‘E1K’의 글로벌 기술 수출 논의를 복수의 기업과 진행하고 있다. E1K는 생체 유래 아미노산 5개로 구성된 펩타이드로 통증을 경감하며 연골을 재생하는 2중 작용기전(작용원리·과정)을 가진 약물이다. 지난 6년간 시행한 인체 대상 E1K 3개 임상(임상1a·임상1b·임상2상) 데이터에 대한 통합 분석도 마쳤다. 시장에서는 E1K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2022년 82억달러(약 12조원)에서 2032년 184억달러(약 26조원)로 커진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도 마련 중이다. AI 펩타이드 발굴 플랫폼 ‘EPDS’(Ensol Peptide Discovery System)가 한 예다. EPDS는 단백질 정보 은행(PDB)에 등록된 단백질 구조 정보로부터 AI 학습을 거쳐 단백질 형태에 관여하는 아미노산 분자들 사이 에너지값을 계산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AI와 빅데이터 기반으로 최적 펩타이드 서열을 찾아 신약 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4호 (2025.01.22~2025.02.04일자) 기사입니다]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