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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만 거래되는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법정통화와 연동돼 가치 변동이 적은 통화) ‘스팀달러(SBD)’가 오는 2월 12일 상장폐지를 앞둔 가운데 최근 가격 변동성이 커서 투자자 피해가 예상된다. 2017년 10월 말 상장된 이 코인은 상장 이후 두 달 만에 가격이 1516% 넘게 급등했지만 업비트는 상장폐지를 결정하기 전까지 7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주의 조치를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달 30일 스팀달러를 거래 유의 종목을 지정한 뒤 약 보름 만인 지난 13일 상장폐지를 공지했다.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에 따라 가상자산의 용도, 목적 또는 기능, 거래 및 채택 현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미진한 부분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업비트 측은 “오는 2월 12일 거래 지원을 종료하고, 이후 한 달 동안 출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스팀달러는 전체 발행량의 99% 이상이 업비트에서 거래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2017년 10월 27일 상장된 이 코인은 상장 첫날 1175원에 거래되다가 약 한 달 만인 그해 12월 7일 가격이 1만7000원대로 급등했고, 같은 달 21일 1만8990원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찍었다. 그러나 하루 만에 34% 급락한 뒤, 하락을 거듭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일반 코인과 달리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게 특징이다. 그러나 스팀달러는 2021년 5월과 2023년 11월, 이달까지 가격 변동 폭이 지나치게 컸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스팀달러가 스테이블 코인이었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업계에선 업비트가 스팀달러를 수년간 방치하다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코인 발행량의 99% 이상이 업비트에서만 거래됐는데, 가격 변동성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가격 체계가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업비트 측도 스팀달러의 가격 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을 인지하고는 있었다. 그럼에도 상장 후 거래 유의 종목 지정 등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선 거래 지원과 관련한 규정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업비트 측 관계자는 24일 “내부 규정에 따라 소명 절차를 진행했고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코인 가격의 급등락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는 시장 혼란을 줄이고, 변동성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등 불미스러운 일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암호화폐와 관련한 규제 정책이 없어 거래소들이 이를 방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장폐지 결정 이후 스팀달러는 줄곧 하락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 지원 종료를 앞두고 정리 매매가 시작된 종목에 단타 수익을 노리는 수요가 몰리고, 이로 인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일명 ‘상폐빔’ 현상이 발생했다”며 “업비트에서만 거래됐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