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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향후 전망은?
설 연휴 이후 일주일 만에 열린 지난달 31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큰 폭으로 상승해 다시 145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원·달러 환율(오후 3시 30분 기준)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4일보다 21.40원 상승한 1452.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다, 설 연휴 기간 발생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 미 연준의 매파적 금리 동결 등 대외 변수가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3일 원·달러 환율은 14.5원 더 올라 1467.2원에 마감했다. 지난 1월 초 1470원대를 찍었던 환율은 같은 달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직후 1430원대로 내렸다가 다시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그래픽=백형선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는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어떤 흐름을 보일지 이야기를 나눴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방어선인 달러당 14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등 세 차례뿐이었을 정도로 이례적인 현상이다. 1400원대 환율이 이제는 ‘뉴 노멀’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트럼프 정책 경계심에 높아진 환율
오 단장은 최근 원화 환율이 뛰는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작년 11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시장에서 강달러 전망이 팽배해진 것을 꼽았다. 트럼프의 대규모 감세 정책과 보편 관세 등 주요 정책이 강달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트럼프의 감세로 생기는 재정 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메우면 국채 가격은 하락(금리는 상승)할 텐데,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가치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고율의 관세 조치 역시 수입물가를 높여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게 되고, 이로 인해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경우 달러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강해지던 와중에 국내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지며 환율은 더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그의 말 한마디에 환율이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취임 당일 보편 관세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나오지 않자 1430원대로 내렸던 환율은 이후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방침이 재확인되자 다시 오르고 있다.
앞으로의 환율 방향은?
중장기 환율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가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는 이유로 환율 하락을 점치는 분석부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다양하다. 골드만삭스는 올 연말까지 달러화 가치가 5% 넘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오 단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오 단장은 “보편 관세는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쓰일 것 같다”며 “결국 국가별로 관세가 20%에 미치지 않을 수 있고, 관세 부과까지 시간도 꽤 소요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높아졌던 환율은 안정화될 여지가 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 지속적인 강달러와 고금리 환경에 놓일 경우 미국 내수·수출이 타격을 입기 때문에 트럼프는 강달러를 꺾어버릴 수단을 고민할 것이고, 국제 외환시장에서도 공조를 통해 달러 강세를 일정 부분 제어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지나친 달러 강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맡게 된 스티븐 미런, 트럼프 1기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했던 라이트 하이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등 핵심 참모 3명의 최근 인터뷰를 보면 ‘강달러가 문제’라는 데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한편 오 단장은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그때그때 정책 방향을 바꿀 것”이라며 “정책 변수가 섞이며 환율이 굉장히 빠른 떨림(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icd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