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DeepSeek)발 충격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까지 덮치면서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갈 곳을 잃었다. 반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저가 매수세를 확장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대기성 자금인 국내 투자자예탁금은 55조57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인 24일(54조 1443억원)과 비교하면 약 1조4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연초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경향이 높은 것을 고려할 때 지난달 2일(57조 원)을 제외하고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연초 대비 증가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개인의 CMA 계좌 잔액은 76조8318억원으로 연초인 2일(74조6394억원) 대비 약 2조2000억원 증가했다. 법인 계좌를 포함한 잔액은 87조9925억원으로 집계됐다.
CMA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자금을 받아 기업어음(CP), 국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 지급하는 상품이다.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투자처를 정하지 못할 때 자금을 묶어두는 용도로 사용된다.
증시 대기 자금이 증가한 것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이 딥시크발 충격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관세 폭탄 예고에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7일 설연휴 기간 중국의 AI기업 딥시크가 출시한 AI 모델 V3가 기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개발 비용의 극히 일부만으로 챗GPT 성능을 능가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다. 연휴가 끝난 31일 국내 증시도 2500선까지 다가서며 낙폭을 보였다.
연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증시도 출렁였다. 특히 대장주인 자동차, 부품 기업 등 수출주 위주로 타격이 예상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갈 곳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증시도 하락했지만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저가 매수세가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단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딥시크발 충격이 강타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도액은 9억8090만 달러였던 반면, 같은 날 매수액은 13억2668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날 개인 투자자는 6억6355만 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를 확대하는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발언에 따른 변동성에도 서학개미들의 매수세는 이어졌다. 3일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도액은 11억8166만 달러, 매수액은 15억1559만 달러로 3억3393만 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헤럴드경제 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