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도 지난해 매출이 크게 증가해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올해도 5G, 클라우드, 디지털 전력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량화 화웨이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광저우 한 포럼에서 “지난해 ICT 인프라 사업이 안정적이었으며 소비자 사업부문(스마트폰 포함)이 성장세로 돌아섰고 스마트카 솔루션 사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매출이 8600억위안(약 172조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는 직전 년도 매출액 742억위안(149조1000억원)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동시에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2020년의 8910억위안(177조3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화웨이는 2019년부터 시작된 미국 제재에도 2020년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후 제재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량 의장은 이번 호실적 배경에 대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등 소비자 기기 부문의 성장과 스마트카 솔루션 사업의 빠른 발전 등으로 2024년 화웨이의 전반적인 운영이 기대에 부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 등 수익성 부문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앞서 화웨이는 지난해 1∼9월 순이익이 629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화웨이는 연구개발(R&D) 지출 증가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상장기업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재무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2023년 8월 중국에서 만든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시리즈를 출시한 데 이어 메이트 70을 출시해 공격적으로 신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중국 내 애국 소비도 꾸준히 확산세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점유율 16%로 애플(15%)을 밀어내고 2위에 올랐다. 1위는 저가형 스마트폰 업체인 비보가 차지했다. 애플은 3위로 밀려났다.
토비 주 캐널리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프리미엄 시장 지위는 화웨이의 지속적인 플래그십 출시, 고가 부문에서 국내 폴더블폰의 확산, 샤오미, 비보와 같은 안드로이드 브랜드가 기술 혁신을 통해 소비자 충성도를 구축하는 등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안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