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 중 18%가 ‘유리지갑’ 직장인들이 낸 근로소득세였다.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 세금 비중은 줄었는데, 물가 상승 탓에 명목임금이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부담만 커졌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61조원으로 전년보다 1조9000억원 늘었다. 근로소득세는 월급·상여금 등 근로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상용근로자의 급여에서 원천징수된다.
근로소득세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4년 25조4000억원에서 2016년 31조원으로 30조원대로 진입했고, 2020년(40조9000억원)과 2022년(57조4000억원)에 각각 40조원, 50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올해는 6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고소득 취업자 수 증가와 명목임금 상승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상용근로자 수는 1635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18만3000명 늘었고, 근로자 1인당 임금은 416만8000원(10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근로소득세 증가율은 140%로 총국세수입 증가율(63.7%)을 크게 앞섰다.
이에 따라 국세수입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지난해 전체 국세 중 18.1%가 근로소득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5년 8.2%였던 근로소득세 비중은 2010년(10.3%) 10%대에 진입한 뒤 2014~2022년엔 12~14%에서 움직였다. 이후 2023년 17.2%로 커진 뒤 매년 상승 중이다.
국세청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근로소득자 2054만명 중 33.9%인 697만명은 각종 공제로 인해 결정세액이 ‘0원’인 근로소득 면세자다. 즉 실제 세금 부담은 중산층 이상의 월급쟁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근로소득세 비중 증가 배경엔 경기 악화로 2년 연속 법인세가 감소한 것도 있었다. 지난해 법인세는 반도체 등 핵심 업종 불황으로 인해 전년보다 17조9000억원 줄어든 6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23조2000억원 감소한 데 이은 2년 연속 감소세다. 법인세 비중 역시 18.6%로 2005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근로소득세 비중과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진 것이다.
여기에 기업 대상 각종 비과세·세금 감면 조치 등도 법인세수 감소에 영향을 줬다. 민간 연구기관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1~2025년 법인세의 연평균 조세지출 증가율은 10.7%로 소득세(9.8%)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조세지출은 비과세와 감면 조치 등으로 거둬야 할 세금을 받지 않는 것을 뜻한다.
법인세는 이처럼 경기에 따라 등락폭이 커 세수 예측이 크게 빗나가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엔 세입예산보다 각각 17조원, 33조2000억원 더 걷혔다. 2023~2024년은 예산보다 각각 23조2000억원, 17조9000억원이 덜 걷혔다. 일각에선 국가의 중장기적 과제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세수 예측력을 높이려면 경기에 덜 민감한 세목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법인세 외에 세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비세인 부가가치세가 국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는 방식의 세제 개편 등이 거론된다. 다만 소비액 확대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 같은 액수를 납부하는 ‘역진성’ 등을 감안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