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산 LNG 수입 확대 가능성 높게 봐
무역전쟁 유리해지고 무역수지 개선도 가능
"수입 가격, 공급 안정성 강화에도 도움"
임기 내 수입량 늘리기 한계...의미는 있어
"LNG 기술력 앞세워 파트너십 강화도 방법"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등장과 맞물려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가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지중지하는 LNG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하면 관세 부과를 비롯한 갖가지 무역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지고 국내 에너지 수급에도 괜찮은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에서다. 한국도 중장기적 측면에서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검토 중인데 대미 무역 협상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면 기술 협력도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산 LNG 수입, 장기적으로 확대 가능성
한국가스공사 인천LNG기지와 미국 사빈패스 LNG 터미널을 오가는 SM Eagle호 모습. 한국가스공사 제공
1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장기적으로 미국산 LNG 도입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1기 행정부 때처럼 미국 땅에서 LNG 개발을 강조해 온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따라 다른 나라에 공급하는 미국산 LNG의 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를 수입하면 다른 산업 분야에서 대미 무역 흑자 폭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 순위 7위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장 미국산 LNG 도입 계약을 한다 해서 곧바로 대미 무역 흑자 규모를 줄이기는 어렵다"면서도 "양국 무역 구조의 기본 틀을 바꿔나갈 때 쓰임새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보통 LNG 도입 계약은 기간 계약과 현물 계약으로 나뉘는데 수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70~80%를 장·단기 계약으로 들여온다.
여건도 나쁘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를 보면 한국가스공사가 2026~2028년 내 계약 만료를 앞둔 물량이 630만 톤인데 전부 미국산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산 LNG로 바꿀 수 있다. 또 업계에서는 정부가 올해 장기 계약을 추진하는 LNG 중 일부도 미국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럴 경우 카타르·호주 등에 대한 LNG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노남진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실장은 "미국산 물량을 늘리면 무역 수지 개선뿐만 아니라 수입 가격을 다양하게 하고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LNG 기술 협력도 추진해 볼 만"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던 중 악수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물론 시차가 있는 계약 특성상,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실제 수입량이 늘어나는 데 한계는 있다. 또 미국이 LNG 수출 물량을 늘리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노 실장은 "미국이 LNG를 수출하려면 자국 내 생산량 확보와 LNG 프로젝트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조 바이든 정부보다 LNG 터미널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승인한다지만 실제 가동하려면 최종투자결정(FID) 이후 3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1기 때도 비슷했다. 2012년 가스공사는 국내 수요 충족을 위해 사빈패스와 20년 장기 도입 계약을 맺고 2017년 미국산 LNG를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들여왔다. 이 결과 미국산 LNG 수입량은 2016년 3만 톤(0.1%) 수준에서 2017년 196만 톤(5.3%)으로 뛰었다. 여기에 2019년 한미 정상회담 당시 LNG 추가 수입 장기 도입을 위한 주요조건에 합의한 뒤 2022년 최종 계약해 올해부터 들어오고 있다. 실제 도입까지는 6년 정도 걸렸지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든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우수한 LNG 기술력을 이용한 한미 LNG 파트너십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깊이 논의했다고 했는데 이 역시 수입량 확대보다는 LNG 파트너십 강화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창규 LNG산업협회 부회장은 "한국은 LNG 선박부터 터미널, 공급망 등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지녔다"며 "(LNG 수출 확대를 원하는 미국에) 기술력을 협상 카드로 함께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