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임원 2000명 임원 소집
‘삼성다움 복원’ 세미나
스마트폰 점유율 18%대 추락
中TCL 저가 공세로 TV 휘청
스마트폰 패널도 과반 아래로
“임원들 선제 대응 능력 필요”
삼성이 그룹 전체 임원단을 소집해 ‘위기의식’을 불어넣으려는 주된 배경에는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국내외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외 정치 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데다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의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임원단의 선제 대응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가 지난 18일 오후 공시한 ‘주주총회 목적사항별 기재사항’에 따르면 △TV △ 스마트폰 △D램 △스마트폰 패널 △ 차량용 디지털 콕핏 등 5개 부문 시장 점유율이 하락 추세다.
TV는 2006년 이후 19년 연속 글로벌 TV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2023년 30.1%에서 2024년 28.3%(추정치)로 하락했다. TCL과 같은 중국 업체가 저가 TV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대목이다.
스마트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22년 21.7%에서 2024년 18.6%(추정치)로 하락했다. 고품질 스마트폰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화웨이·샤오미·오포와 같은 중국 업체마저 폴더블폰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AI 스마트폰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 대수는 2024년 12억1000만대에서 2025년 12억3000만대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부문 역시 비상 상황이다. D램 점유율은 2022년 43.1%, 2023년 42.2%, 2024년 41.3%로 점진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경쟁사들의 추격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은 모바일·PC의 경우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올해 1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버의 경우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상황에 따라 데이터센터·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고객 수요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스마트폰 패널 점유율 또한 과반 밑으로 하락했다. 2023년 50.1%에서 2024년 41.3%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가 오포나 비보 등에 패널을 공급하면서 점유율을 잠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통해 안전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디지털 전장부품인 ‘콕핏’의 점유율 또한 2023년 16.5%에서 2024년 12.4%로 줄어들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LG전자, 콘티넨탈, 파나소닉 등이 주요 경쟁사다.
삼성은 이러한 점유율 잠식을 막고자 고품질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의 경우 범용 제품군은 수요에 맞춰 탄력 생산하는 대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 격차를 벌린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인 파운드리는 올해 하반기 2nm(나노미터) 공정이 적용된 첫 제품을 양산한다는 방침”이라면서 “현재 2nm 공정 기반 엑시노스 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시험용 제품(샘플)을 만든 상태”라고 덧붙였다. 해당 공정에는 최신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공법이 적용된다.
TV는 98인치 네오 QLED 8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이프스타일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며, 패널은 스마트폰을 넘어 정보기술(IT), 자동차, 게이밍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다만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급변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장부품 생태계에서 가격과 품질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임원들이 전략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효과적으로 조직을 관리할 수 있도록 어느 때 보다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취임사를 올린 바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다움’에 대해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이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가야 한다”며 “더 과감하게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책임경영을 강조한 대목이다.
박승주 기자(park.seungjoo@mk.co.kr),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