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구원투수’ 33거래일 매수 행진
“국내 증시 저평가 판단한 듯” 분석
삼성전자-SK하이닉스 順 사들여
연기금이 14년 만에 최장 순매수 신기록을 세우면서 국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구원투수’ 연기금의 순매수 행보에 힘입어 코스피는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여 만에 2,670 선을 회복했다.
● 코스피, 5개월 만에 2,670 선 회복
19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70% 오른 2,671.52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2,680 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모처럼 외국인도 3000억 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상승 폭을 키웠다. 코스피는 11일부터 이후 7거래일 연속 상승했는데, 이 기간에만 6% 이상 올랐다. 코스닥도 이날 0.60% 상승하면서 5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미국과 러시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놓고 협상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18일(현지 시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일 대비 0.24% 오른 6,129.58에 거래를 마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유럽 17개국의 증시를 종합한 유로스톡스600지수도 0.32% 오르면서 최고점을 경신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3.16%)와 SK하이닉스(4.05%), 한미반도체(8.74%) 등 반도체주가 대거 오르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18일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7∼12월)에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반도체 관련 주 가격을 밀어 올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분기(1∼3월)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가격 상승 전환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 연기금, 33거래일 연속 순매수 신기록 세워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은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의 매수세도 한몫했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이날까지 3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 오고 있는데, 이는 2011년 32거래일 연속 순매수(11월 10일∼12월 23일)를 넘어서는 신기록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18일까지 총 3조4259억 원을 순매수했다. 매일 1000억 원 넘게 꾸준히 국내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이 기간에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로, 총 7392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2964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1955억 원), LG에너지솔루션(1494억 원), 에코프로비엠(1256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미국 등 글로벌 증시 대비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순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연기금 등이 최근 늘어난 해외 자산 비중을 줄이고 국내 자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국내 증시 투자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형진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대표는 “삼성전자 등 국내 주식의 가격이 글로벌 기업 대비 저평가돼 있다 보니 연기금 등이 매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우량주 위주로 순매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