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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상장된 글로벌 리츠 펀드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를 당혹게 만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글로벌 리츠는 코스피 상장 반년여 만에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 항의가 폭주, 주주 서한으로 이들을 달래야 했다. 회사는 주가 하락의 이유를 해외 부동산 투자자산 부실 우려, 환 헤지(hedge) 계약에 따른 환 정산금 이슈, 배당금 지급 우려 등 세 가지로 꼽으면서 “상품 자체엔 부실이 발생한 게 없고, 환 헤지 정산금 예상액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리츠란 해외의 부동산에 투자함으로써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집합투자기구를 뜻한다. 즉, 소액으로도 글로벌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고 임대료를 대부분 배당하기에 일반 주식보다 더 안정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글로벌 리츠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과도한 환 헤지 비용 부담에서 찾을 수 있다.
환 헤지란 환율 변동의 위험을 중화시키는 거래를 뜻한다. 헤지란 원래 울타리를 뜻하는데, 양을 맹수의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치듯 환율 변동의 위험에 대해 보호막을 형성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가 달러화 표시 자산에 대해 투자하고는 싶지만 현재 환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했다고 가정해 보자. 외환위기 이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평균이 1200원 전후에 형성되었던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물론 환율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지만, 투자자가 높은 환율 수준에 부담을 느껴 환 헤지를 원한다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 거래라 볼 수 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이 투자자가 10억원을 환전해 1년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약 69만 달러의 달러 자산을 매수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그가 시중은행에서 69만 달러를 1년 뒤에 갚기로 계약한다면 그는 완벽하게 환율 변동의 위험을 중화시킬 수 있다.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이 거래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미국 시장금리가 한국보다 약 2% 이상 높은 데에서 비롯된다. 투자자에게 미화 69만 달러를 주는 대신 1년 뒤에 돌려받기로 계약한 시중 은행 입장에서는 마이너스의 이자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준 69만 달러를 미국 MMF 투자하면 약 4.5%의 이자를 기대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단 2.5%의 이자를 받는 데 그치는 탓이다.
따라서 시중 은행은 이 거래를 원하는 이에게 2% 이상의 수수료를 요구할 것이다. 참고로 2% 이상의 수수료가 붙는 이유는 ‘지급 불능’ 위험 때문이다. 1년 뒤에 이 투자자가 69만 달러를 정말 상환한다고 100% 확신할 수 없지 않겠는가. 연 2~3%에 이르는 환 헤지 비용을 짊어진 것만 해도 힘든데, 두 번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의 위험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7% 선까지 높아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리츠 상장지수펀드, VNQ의 주가 흐름은 이에 따른 리스크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대출금리가 상승한 후 리츠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이른바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데다, 대부분의 부동산 펀드가 약 70~80%의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한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물론 미국 주택가격은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 행진 중이지만, 시장에 상장된 탓에 투자 심리가 위축될 때는 주가 폭락을 피할 수 없다.
69만 달러를 주고 매입한 글로벌 리츠 펀드의 가치가 60만 달러 혹은 50만 달러로 가치가 내려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년 뒤 69만 달러를 갚기로 약조한 데다 연 2% 이상에 이르는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하니, 실질적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이런 현상을 금융 업계에서는 오버헤지(투자자가 가진 자산이나 부채보다 더 많은 양의 파생상품을 거래해 헤지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라고 부른다. 보유한 자산의 가치보다 더 많은 달러를 미리 팔아두었기에, 환율이 상승하는 순간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이들이 굳이 환 헤지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환율의 변화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도 없는 데다, 구조적으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 저출산 흐름이 지속하며 인구가 감소하는 한편,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체류자를 추방할 정도로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더 나아가 기축통화 국가로 자유롭게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쓸 수 있어, 미래의 경제 성장 잠재력도 한국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 헤지로 인한 비용으로 고통받는 투자자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