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과 주당 순이익 약 80% 증가

최신 AI반도체 블랙웰 수요 급증

대중 수출통제·관세부과는 리스크

연합뉴스TV 제공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 매출이 1년 만에 80% 가까이 오르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6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최신 제품의 수요 급증을 강조하면서 중국 저비용 AI 딥시크가 촉발한 반도체 시장 둔화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은 앞으로 엔비디아가 넘어야 할 산으로 지목된다.

엔비디아의 지난해 11월~올해 1월 3개월 간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393억3000만 달러(약 56조4580억원)로 전년 동기(221억300만 달러) 대비 78% 늘었다. 주당 순이익 역시 0.89달러 82% 상승했다.

자사의 최신 AI 반도체 ‘블랙웰’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 블랙웰의 매출이 110억 달러(약 15조7900억원)에 달했다며 “창사 이래 가장 빠르게 생산이 늘고 있는 제품”이라고 밝혔다. 황 CEO는 “블랙웰에 대한 수요는 놀랍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3월 AI 및 데이터센터용 고성능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을 출시했다.

황 CEO는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딥시크의 AI 모델 ‘R1’을 치켜세우면서 추론 기술 발달은 엔비디아에도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R1은 전 세계적인 열광을 불러일으켰다”며 “훌륭한 혁신이지만, 더 중요한 건 세계적 수준의 추론 AI 모델이 오픈소스로 공개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자들이 딥시크가 공개한 기술을 활용해 추론 AI 생태계가 확대되면 더 많은 인프라가 필요할 것이라는 게 황 CEO의 설명이다. 그는 “오픈AI, 딥시크의 모델처럼 깊게 사고하고 추론하는 AI는 한번만 생각하는 모델보다 100배 더 많은 컴퓨팅을 소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블랙웰을 설계할 때 이미 추론 모델을 염두에 뒀다고도 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 정부의 관세 영향을 묻는 질문에 “부과 시점과 대상, 관세율을 알기 전까지 미지의 영역”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반도체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 엔비디아의 제품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는 엔비디아 실적에 직접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딥시크 부상 이후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반도체 ‘H20’도 수출 규제 품목에 들어갈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황 CEO는 중국 내 매출에 대해서 “4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와 비슷하다. 무역 규제가 시작되기 전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연례 보고서에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2년 연속 경쟁사로 언급했다.

엔비디아 매출 총이익률(매출에서 원가를 제외한 이익의 비율)은 70%대로 높은 수준이지만, 3분기 연속 감소세다. 지난 분기 매출 총이익률은 73%로 전년 동기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조민아 기자(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