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강력한 분기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급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27일(현지시간) 8.5% 급락한 120.15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1월27일 중국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중국 딥시크 영향으로 17% 폭락한 뒤 최대 일일 하락률이다. 또 엔비디아가 실적을 발표한 뒤 이렇게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하기는 2018년 11월16일 이후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전날 장 마감 후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2025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 1월) 실적을 발표했다. 2026 회계연도 1분기(올 2~4월) 매출액 가이던스도 430억달러로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421억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매출액 가이던스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한 폭이 이전 20억달러 수준에서 9억달러로 줄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실망을 샀다. 트루이스트 증권의 윌리엄 스타인은 엔비디아의 매출액 가이던스에 "투자자들이 하품을 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가 회계연도 1분기 매출액총이익률을 71%로 예상한 점도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72.1%를 밑도는 것이며 회계연도 4분기 73%에서 더 낮아진 것이다.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4분기 총이익률은 최신 칩인 블랙웰로의 이전이 진행되면서 이미 전년 동기 76%에서 73%로 떨어진 상태다.
JP모간의 애널리스트인 할란 서는 총이익률이 "시장 컨센서스(72.1%)를 밑돌았다"며 "(블랙웰) 출하량을 늘리고 고객들에게 최대한 빨리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신속 처리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총이익률 하락이 단순히 블랙웰로의 이전 때문은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벤치마크의 애널리스트인 코디 아크리는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총이익률 가이던스가 약간 우려스럽다며 가격 압박과 경쟁 심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것이 엔비디아가 살아내야 할 미래이긴 하지만 엔비디아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력해 보이고 이것이 앞으로 엔비디아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도 "71%의 총이익률은 사소한 문제일 수 있지만 수요가 여전히 극단적으로 많아 보이는 상황에서 제품을 빠르게 출하하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반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타닐 등 마약 유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는 3월4일부터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도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부추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에 대해 레이몬드 제임스의 스리니 파주리는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이 14%로 줄었다는 점은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 관련 우려를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수출을 더 엄격히 규제할 것이라는 블룸버그 보도로 하락 압력을 받았다.
다만 블랙웰 결함과 생산 지연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은 것은 긍정적이었다. 디 인포메이션은 지난 1월에 블랙웰 칩을 탑재한 GB200 서버랙에서 과열 문제와 결함이 발생해 고객들이 주문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블랙웰 생산이 완전하게 가동되고 있으며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스티펠의 루벤 로이는 "블랙웰 생산 사이클 초기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회계연도 4분기 강세에 이어 1분기에도 강력한 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블랙웰의 생산 속도는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트루이스트 증권의 스타인은 엔비디아의 생산 성과가 "(차세대 칩으로의) 전환 문제를 조기에 극복해" 향후 출시될 AI 칩의 "미래 대량 생산의 리스크를 줄였다"고 평가했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파주리도 "블랙웰은 특히 강력하다"고 지적했다.
씨티의 아티프 말릭은 엔비디아가 회계연도 4분기에 블랙웰에서 110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린데 대해 자신의 기대치를 웃돌았다며 "우리는 엔비디아의 블랙웰이 계속해서 공급을 넘어서는 수요를 경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