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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도 한국선 절레절레 할 것”…데이터센터 짓기도 전에 규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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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경제
03-01
조회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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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력 강화 나선 머스크

4개월만에 새 센터 지었는데

한국선 전력망 정보조차 없이

땅 구입하고 평가서부터 제출

통과 못할땐 수백억 손실까지


짓기전 관련법 규제만 12개

주민 의견수렴 의무화법안도

“정치가 님비 조장하나” 불만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첫 내각 회의에서 연설하면서 ‘기술 지원’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챗GPT 대항마로 AI 챗봇 ‘그록3’를 선보였다. 그록3가 기대 이상의 월등한 성능을 선보이자 머스크는 그 비결로 4개월 만에 ‘뚝딱’ 지어진 데이터센터를 지목했다.


머스크와 xAI 팀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소재한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의 공장을 AI 데이터센터로 탈바꿈시켰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소요된 시간은 불과 넉 달이었다. 머스크는 xAI 개발자들과 함께한 공개 영상에서 “업체들에 문의한 결과 그래픽처리장치(GPU) 10만개를 한곳에서 동시에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18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답을 받았다”면서 “그 정도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고 직접 짓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배경을 소개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설립 과정에서 여러 법과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는 국내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자조와 한탄이 테크업계와 건설업계에서 쏟아졌다.


28일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는 12개 법이 적용된다. 국토계획법, 건축법, 지하안전관리특별법, 도시교통정비촉진법, 소방시설법, 정보통신망법, 주차장법, 문화예술진흥법, 전기사업법,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분산법), 에너지이용합리화법,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 등이다. 시설물 안전과 전력의 효율적 사용 등을 위한 합리적 규제도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도 적지 않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건설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작년 6월 시행된 분산법이다. 이 법은 전력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전력망 알박기’ 같은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10메가와트(㎿) 이상 전기를 사용하는 사업자는 인허가 신청 3개월 전에 대행자를 통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허위로 전력 사용을 신청한 후 용지 가격 상승을 노리는 투기를 억제하고 전력 실수요자를 선별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전기를 쓸 수 있을지 어떨지 확실히 모르는 채 용지를 확보하고 데이터센터를 설계해 평가서를 제출하고 평가를 받으라는 것”이라면서 “수전용량 규모, 인허가 여부, 테넌트 확보 가능성 등을 알지 못한 채 도박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전력계통영향평가 심의가 추가되는 과정에서 사업자는 일부 계통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대행자를 통해서만 잠정적인 윤곽을 추정할 수밖에 없고 이마저도 전력망 구성도와 같은 핵심 데이터는 보안 문제로 인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의무는 사업자에게 부과되지만, 막상 평가를 실시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는 한국전력이 쥐고 있는 셈이다.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을 때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최소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


법 시행 이후 수도권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이 사실상 막혔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지난해 8월 산업부가 영향평가 시범사업을 실시했지만, 4개월간 신청자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업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영향평가 개선 방안을 작년 말 마련했고, 올 들어 신청을 접수하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향후 평가 대행 제도도 운영해 한전이 보유한 정보를 민간에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장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세빌스코리아는 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 데이터센터 개발 목적의 용지 거래가 급증했지만, 2023년에는 이전 연도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면서 “이는 한전의 전력 공급 확정 소요 기간이 기존 2~3개월에서 약 12개월로 증가하고 수도권 내 추가 전력 공급을 제한하는 정책 발표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세빌스코리아 관계자는 “전력계통영향평가에 따라 전력 확보가 가능한 용지인지 미리 확인하기 어려워져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면서 “데이터센터로 개발될 수 있는 용지 공급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는 데이터센터 확산을 막기 위해 부설주차장 설치 기준을 600㎡당 1대에서 200㎡당 1대로 변경했다. 용인시는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소음·화재 방지를 위한 강화된 기준 7개를 새로 도입했다.


설상가상으로 국회에서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 지역 주민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까지 발의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 지역 주민 의견을 반드시 청취하고 주민 의견이 타당하다고 인정될 때는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님비의 법제화’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사업자에게 새로운 규제 의무를 부담하는 게 타당한지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자체마다 인허가 기준이 들쑥날쑥한 점도 혼란을 부추긴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사업자는 자체 판단으로 지자체에 인허가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고 착공 과정에서 도로 심의가 부결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김유신 기자(trust@mk.co.kr),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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