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거지는 ‘글로벌 관세 전쟁’

북중미 삼각무역 사실상 해체

캐나다 “25% 보복관세 부과”

멕시코 “어떤 공격에도 대응”

트럼프 “내달 2일 상호관세”

마구잡이로 품목 추가 예고

“아르헨과 FTA” 돌발 발표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4일(현지시간)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달 4일부터 시행해온 10%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20%포인트로 두 배 늘리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국의 보복 조치에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상대국의 보복에 재차 보복하는 악순환이 예견된다. 이뿐만 아니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3월 12일), 상호 관세(4월 2일) 등 관세 부과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을 ‘뜬금없이’ 추가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10%포인트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가 불법이민·마약 단속 등을 위한 국경 안보 강화에 협력하기로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1개월 유예했다. 중국을 대상으로는 지난달 4일 10%포인트 추가 관세 부과를 발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미국으로의 마약 유입이 중단되거나 크게 제한되지 않는 한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3월 4일 예정대로 부과할 것이며, 중국을 대상으로는 추가로 10%포인트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3대 교역 상대국인 캐나다·멕시코·중국은 2022년 기준 미국 전체 수입 제품(가치)의 45%(3조달러)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대부분의 상품 무역이 무관세로 이뤄졌던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삼각 무역’은 사실상 작동이 멈춰 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업들도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두는 등 공급망이 통합돼 있었다. 관세가 갑자기 25%(캐나다산 에너지는 10%)로 치솟으면 전 산업에 연쇄적 반응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와 캐나다만큼 자유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양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에 버금가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주요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이미 부과하는 상태에서 추가로 관세율을 20%포인트 올리는 것이기에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복의 악순환’은 서막을 올렸다. 캐나다는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일 성명에서 미국의 관세가 발효되는 4일부터 캐나다도 300억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1일 이내에 1250억캐나다달러(약 125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가 추가로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하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로이터 = 연합뉴스]

이미 시나리오별 계획을 마련한 멕시코도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플랜 A부터 D까지 어떤 경우에든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관세 전쟁의 전선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유럽연합(EU)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품목별 관세, 상호 관세 등의 부과도 줄줄이 예고했다. 우선 이달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으며, 구리와 목재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목표로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것을 정부에 지시했다.

나아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도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며 다음달 2일에는 예정대로 상호 관세 조치를 단행할 예정이다. 상호 관세는 사실상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대상이며 상대국의 관세는 물론 비관세장벽까지 고려해 관세를 부과한다는 개념이다. 특히 비관세장벽을 ‘수치화’하는 과정에서 숱한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이 뜬금없이 하나씩 늘어나며 혼란을 키우는 행태도 반복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4월 2일부터 외국 농산물에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목재와 구리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에 이어 불과 며칠 새 대상 품목이 또 늘어난 셈이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아르헨티나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긍정적 인식을 드러내는 등 일관성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아르헨티나와 FTA를 체결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쪽에선 관세 부과로 으름장을 놓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FTA를 논하는 셈이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회원국인 아르헨티나가 미국과 개별적으로 무역협정 협상에 들어가면 남미 무역 지형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이 다른 국가와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 만큼 남미 국가 간 분열을 야기할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