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나스닥지수 최근 6개월간 추이/그래픽=이지혜
미국 증시가 6일(현지시간) 이상 행보를 보였다. 최근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강행하려 하면 급락하고 관세 시행을 연기하거나 면제하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세 유예에 증시 낙폭 확대, 왜?그러나 이날은 백악관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 중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적용을 받는 품목에 대해선 25%의 관세를 한달간 유예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오히려 증시 낙폭이 확대됐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데 대한 피로감과 고조되는 불확실성으로 일단 소나기(악재로 인한 증시 하락세)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자체도 오락가락하며 불확실하지만 관세 정책이 경제에 미칠 영향도 불확실한 만큼 주식 비중을 줄여 놓자는 위험 회피 성향이 최근 팽배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경제 전망 압도하는 관세 불확실성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전날(5일) 발표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경기 진단 보고서인 베이지북에 '불확실성'이란 단어가 45번이나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또 '관세'에 대한 단어도 45번 등장해 지난 1월 23번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관세 불확실성이 경제 전망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USMCA 적용 품목에 대해 관세를 한달 유예하기로 한데 대해 최근의 증시 급락세 때문인지, 캐나다의 격한 반응 때문인지, 아니면 연준의 베이지북에 나타난 경기 우려 때문인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제품 중 USMCA에 적용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내달 2일까지 '25% 관세'를 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 2025.03.07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조정장 들어선 나스닥이날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지수는 2.6% 급락하며 미국 증시 3대 지수 중 처음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주가가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 조정이라고 하는데 나스닥지수의 이날 종가는 지난해 12월16일에 기록한 사상최고가 2만173.89에 비해 10.4% 낮은 것이다.
S&P500지수는 1.8% 떨어졌다. S&P500지수는 이날 한 때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다가 간신히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마감했다. 다우존스지수는 1.0% 내려갔다.
전망 웃도는 실적에도 AI주 하락기술주, 특히 AI(인공지능) 수혜주의 낙폭이 심했던 것은 전날 장 마감 후 맞춤형 AI 칩 제조회사인 마블 테크놀로지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지난 분기 실적과 이번 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를 발표하고도 이날 주가가 19.8% 폭락한 영향이 컸다.
마블의 주가 급락은 실적이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만큼 충분히 좋지 않은 가운데 향후 매출액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도 지난달 말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지난 분기 실적과 이번 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를 제시하고도 이후 주가가 급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엔비디아 /로이터=뉴스1
신뢰의 위기 직면한 AI주이에 대해 미즈호의 애널리스트인 조던 클라인은 "AI 관련주들의 주가 성과에 펀더멘털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매일, 매주 배우고 있다"며 대형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자본지출 계획도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높이지 못해 AI 수혜주가 하락해도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진정한 신뢰의 위기"라며 "AI 기업들이 아무리 시장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발표해도 투자자들은 AI 수혜주가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깜짝 실적에 주가 급등하지만 AI 기업이 시장 컨센서스는 물론 투자자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기대치까지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놓으면 여전히 주가는 상승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6일 장 마감 후 맞춤형 AI 칩 제조회사인 브로드컴은 시장 기대를 크게 상회하는 지난 분기 실적과 이번 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를 발표해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3% 가까이 급등했다. 브로드컴의 호실적으로 최근 추락했던 AI 수혜주들이 반등을 시도할지 주목된다.
브로드컴
경기 둔화, AI주 뒤덮는 먹구름다만 AI 수혜주는 최근 경기 침체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AI 수혜주는 향후 실적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돼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태기 때문에 지금처럼 경기 전망이 악화될 때 취약하다.
경기가 둔화될 때는 기술주 같은 성장주나 재량 소비재 같은 경기 민감주보다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덜 받는 방어주가 선방하는 경향이 있다.
7일 고용지표 발표 앞두고 불안감6일 미국 증시 급락의 또 다른 이유는 7일 고용지표 발표를 앞둔 불안감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소비자들의 심리가 급랭하며 경기 하강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7일 공개되는 지난 2월 고용지표가 경기 침체 우려를 더욱 고조시켜 패닉성 주식 매도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지난해 8월 초에도 고용지표가 급격히 악화되는 고용 충격으로 갑작스레 경기 침체 우려가 대두되며 증시가 급락한 전례가 있다. 지난 2월 고용지표는 7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에 발표된다.
나쁘지 않은 고용지표 전망현재 이코노미스트들이 전망하는 지난 2월 고용지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다우존스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는 17만명 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1월의 취업자수 증가폭 14만3000명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월간 15만명 안팎의 취업자수 증가폭은 노동시장의 완만한 둔화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경기 우려를 불러 일으키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2월 취업자수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방정부의 인력 감축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3월 고용지표 때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실업률은 지난 1월과 마찬가지로 완전 고용에 가까운 4%를 유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전월비 0.3%로 지난 1월의 0.5%보다 낮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년비 상승률은 4.2%로 지난 1월의 4.1%에 비해 올라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월11일(현지 시간) 워싱턴 의사당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목표치를 상회하지만 낮은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5.02.1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7일 파월 의장 연설에도 '촉각'BNP 파리바의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허비는 "일자리 데이터는 미국 경제의 탄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업률이 당분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심리가 빠르게 누적되며 기업들이 고용 계획을 취소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경우 "연준이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7일 오후 12시30분(한국시간 8일 오전 2시30분)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통화정책 포럼에서 연설한다. 이날 오전에 공개되는 2월 고용지표까지 포함해 미국의 현재 경제 상황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향후 경제에 미칠 전망, 앞으로의 금리 경로까지 파월 의장의 최근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