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E 배터리데이 2024'에서 박세영 노무라금융투자 본부장은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인 캐즘(Chasm)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 본부장은 "배터리도 반도체와 같이 사이클 산업"이라며 "내년 하반기쯤 캐즘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차는 보급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럭셔리 제품'으로 간주되어 변동성이 큰 시장입니다. 박 본부장은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비 축소를 근거로 캐즘 개선을 예상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투자비 지출 추이"라며 "투자비가 최저점에 도달하면 공급을 줄이게 되고, 다시 사이클이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투자비 축소와 사이클 회복
작년 11조 5천억 원의 투자를 집행한 SK온은 올해 7조 5천억 원, 내년에는 2조~3조 원 수준으로 설비투자 규모를 줄일 전망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비슷한 양상입니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캐파와 투자 규모를 줄여 '반도체 한파'를 견뎠고, 현재는 상승기에 접어든 상태입니다.
박 본부장은 캐즘 극복을 위해 배터리 원가 하락, 소비자들의 전기차 접근성 확대, 다양한 전기차 모델 출시, 배터리 성능 향상, 보조금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윈윈해야 전기차 시장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며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로 추정되는데, 기술개발 등을 통해 원가를 낮춰야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장기적 전망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전기차 부문에 지원되던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보조금이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전기차 시장이 안 좋아질 수 있다"면서도 "미국 에너지 프로텍션 에이전시(EPA)가 자동차의 탄소 배출을 2032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이 있는 한 전기차 수요는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전동화 추세가 유지되고 침투율이 증가하면서 성장 둔화는 단기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회복
이두연 SNE리서치 부사장은 "지금은 고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크고, 중국발 과잉 생산이 문제"라며 "그러나 중국도 어느 정도 정리 단계에 들어갔고, 유럽이나 아시아 쪽에서도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전체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SNE리서치는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1,407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HEV)를 포함한 친환경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수요 또한 연평균 17%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