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창사 이래 첫 경영 공백 사태를 맞았다. 사법리스크가 고조되고 성장 동력이 떨어지면서 카카오가 최대 위기에 처했다는 반응이 재계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칼을 빼 들었던 쇄신 작업을 비롯해 인공지능(AI)과 인수·합병(M&A)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법리스크로 인해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의 지배구조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3일 통화에서 “카카오는 사법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지배구조 쇄신 추진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쇄신보다는 톡과 뱅크로 대변되는 핵심 사업 유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는 지난해 말 설치한 준법·윤리 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와 올 2월 세웠던 그룹 컨트롤타워 ‘CA협의체’를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손질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김 위원장 구속으로 진행 중인 쇄신 작업도 제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카카오 측은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의 지배구조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김 위원장이 대법원 최종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양벌규정(대표 등 경영진이 법을 위반했을 경우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에도 벌금형 이상 형벌이 내려지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은행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해 인가 유지 여부를 판정한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 중이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 형을 받게 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가운데 10%만 남기고 나머지 17.16% 지분을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뱅크 대주주는 더 이상 카카오가 아니게 된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와 1주 차이로 2대 주주 위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