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공장 투자 축소를 비롯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분할 등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회사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 다소 늦게 합류한 데다 실적 부진 탓에 긴축 경영에 이어 주주 배당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인텔은 올해 들어 주가가 60% 가까이 급락하면서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인텔이 경영난을 돌파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분할 혹은 매각을 비롯해 공장 프로젝트 투자 변경 등 여러 안을 두고 대형 투자 은행들과 논의 중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월가에서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인텔의 인수합병(M&A) 관련 조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여러 대응책이 초기 검토 단계이며 구체적인 사항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는 9월 열리는 인텔 이사회 회의에서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인텔은 이미 생산 공장 축소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월 인텔은 반도체 시장 침체를 이유로 200억달러 규모 미국 오하이오 공장 프로젝트를 연기한다고 밝힌 데 이어, 하반기에는 유럽 반도체 투자 계획을 중단하거나 연기한 상태다.
회사는 독일과 폴란드, 아일랜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에 새 반도체 공장을 짓거나 연구개발(R&D) 시설에 수백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프랑스 AI·첨단 반도체 R&D 허브 연내 설립 계획을 일시 중단했다.
45억 유로 규모 이탈리아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 투자도 잠정적으로 미룬 상태다. 300억 유로를 들여 짓겠다고 한 독일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일부 지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텔 주가는 지난달 30일 이후 한 달 새 33% 떨어졌다.
연중 기준으로 보면 올해 1월 이후 약 58% 급락했다. 같은 기간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연중 25% 뛰었다.
이달 1일 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인텔 경영진은 직원 약 1만5000명을 해고하고 자본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주주 배당도 중단했다.
인텔의 최근 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12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0.8% 줄었고 영업이익은 16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핵심 제품인 PC용 프로세서와 파운드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성장세가 멈춘 탓이다.
이어 이달 19일에는 반도체 업계 베테랑으로 유명한 립부 탄 이사가 돌연 인텔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탄 이사는 인텔 사업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2년 전 이사회에 합류했던 인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인텔은 2021년까지만 해도 매출이 엔비디아의 3배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인텔 매출은 엔비디아의 42% 수준으로 쪼그라들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