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나란히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8월 마지막 영업일에만 주담대가 1조6000억원가량 불어나는 등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 말(715조7383억원)보다 9조6259억원 늘었다. 관련 시계열을 확인 가능한 2016년 이후 증가 폭으로 따지면 역대 최대다. 이 기간 주담대가 8조9115억원 늘면서 역시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로 늘었다.
주담대는 지난달에 전월 대비 7조5975억원이 불어나며 역대 최대 폭을 세웠는데 불과 한 달 만에 그 기록을 다시 세웠다.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에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겹치면서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다. 앞서 부동산 열풍으로 ‘영끌’ 수요를 자극하며 주담대가 급증하던 2020~2021년보다도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크다.
지난달 29일까지만 해도 5대 은행의 전월 말 대비 주담대 증가 폭은 7조3234억원이었다. 30일 하루 동안에만 주담대 1조5881억원이 불어났다는 의미다. 이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은행권의 각종 대출 제한 정책 시행을 앞두고 주담대 ‘막차’ 수요가 폭증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부동산 거래의 경우 계약·중도금·잔금 순서로 3개월 이상에 걸쳐 대출이 실행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8726건이 신고돼 2020년 7월(1만1170건)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7월 7.6조 8월 8.9조…주담대 한달 만에 또 역대 최대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가계대출 취급을 일부 중단하면서, 은행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강화되는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 실적 악화가 우려되자 외국인들이 은행주 매도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가을 이사 철을 앞두고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도 금융당국 ‘갈지자’ 정책 행보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가(종가 기준)는 1주일 전인 지난달 23일 대비 4.64% 급락했다. 이들 금융그룹의 주가는 2일 모두 반등세를 보이긴 했으나 주가 불안이 잦아들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특히 금융주는 8월 중 상승세를 보였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기업가치 개선)’ 정책에 맞춰 자사주 소각 및 배당 증대 계획을 적극적으로 내놓은 결과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올해 경영 목표로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 폭을 초과해 대출하면, 내년에 은행별 평균 DSR 관리 목표를 낮추겠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출 증가 목표를 못 맞추면, ‘패널티’를 주겠다는 엄포에 은행들이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일괄 축소하고, ‘갭투자(전세 끼고 집을 사는 것)’에 악용될 수 있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는 등 가계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세대원 중에 집이 한 채라도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모두 중단하는 ‘극약 처방’까지 발표했다.
은행 주주뿐 아니라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하반기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준비 중인 직장인 이모(39)씨는 “입주 시점에 대출 규제가 조여오고 있어서 잔금을 내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