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전후 주가 패턴을 알면 내년 뉴욕 증시를 가늠할 수 있다.”
켄 피셔(74·사진) 미국 자산운용사 피셔인베스트먼츠(FI) 회장이 한 말이다. 더중앙플러스 글로벌 머니와 한 화상 인터뷰에서다. FI의 운용자산(AUM)은 2760억 달러(약 370조원), 피셔 회장 개인 자산은 110억 달러(약 14조6000억원)에 이른다.
Q : 올해 말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어디쯤 가 있을까.
A : “현재 미국 뉴욕 증시는 나쁘지 않다. 다만, 한 가지를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올해 11월엔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다. 대통령선거 전후 데이터를 보면 뉴욕 주가는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 그렇다고 패턴이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Q : 어떤 패턴이었나.
A : “대선 승자의 소속정당에 따라 주가 움직임이 달랐다.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경우 선거가 있는 해에 주가가 좋았다. 반면에 임기 첫해 주가 상승률이 시원찮았다.”
Q : 민주당 후보가 이긴 때는 어땠나.
A : “민주당 후보가 이기면 선거가 치러진 해 주가는 대체로 시원찮았다. 반면에 취임 첫해 주가는 좋았다. 이런 패턴은 민주당 출신인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취임한 1933년 이후 계속됐다. 다만, 지미 카터(재임 기간: 1977~81년)가 취임한 해는 예외였다. 그해 S&P500 지수는 전년과 견줘 7.4% 정도 낮았다.”
Q : 선거 해와 취임 연도 주가가 승자가 속한 정당별로 차이가 나는 이유가 궁금하다.
A : “미 증시 참여자들은 공화당 출신 당선자가 비즈니스 친화적이라고 여긴다. 금융과 비즈니스 규제를 풀어주고 세금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취임 이후 기대만큼 규제를 확 풀어주거나 세금을 대폭 깎아주지 않아 투자자들이 실망해서다.”
Q :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 취임 첫해 주가가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A : “민주당 출신 당선자는 대기업을 반대하고 규제 친화적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취임 이후 공화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고 투자자들이 경계를 풀었기 때문이다.”
대선 전후 일정 주가 패턴은 ‘워싱턴의 경직성’ 때문이다. 피셔 회장은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가운데 누가 이겨도 상원은 민주당이, 하원은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어 선거 때 약속한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Q : 미 정부가 크게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은 리스크가 적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 않을까.
A : “100% 그렇다고 말할 순 없다. 안전이란 의미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오랜 기간 살펴봤을 때 시장, 주식시장엔 의회 분점 상황이 좋았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대통령이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는 경제 이론 측면에서도 사실인 듯하다.”
Q : 어떤 이론인가.
A : “행태주의 금융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을 더 싫어한다. 미 정부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바람에 발생하는 충격을 두려워하는 정도가 변화의 기대감보다 크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미 정부가 불확실성을 키워 두려움을 증폭시켜 온 사실이 작용한 듯하다.”
Q : 이번 대선에서 투자자는 어떻게 매매하는 게 좋을까.
A : “민주당 해리스가 이긴다고 보면, 선거 직후 주가가 지지부진할 때 사서 임기 첫해 과거 민주당 출신 대통령 때처럼 강세를 보이면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게 좋다. 반대로 트럼프가 이긴다고 보고 베팅하면 이익을 볼 시간이 짧다(지금 주식을 산다면, 대선 직후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상승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 취임 첫해 주가가 이전 공화당 출신 대통령 시절처럼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