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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조 쓰는 정치집단의 2025년 예산안 뜯어봤더니만
1
매미킴
09-21
조회수 3
추천 0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오른쪽은 김언성 재정관리관. 사진=기획재정부 홈페이지

대한민국이란 무엇일까? 나는 657조 원을 쓰는 정치집단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떤 정당이 다수당이 되냐에 따라서 국가의 지출규모와 지출내용이 달라진다. 올해 총지출 657조 원을 복지에 쓸지, 연구개발(R&D)에 쓸지 정해진다. 정치는 자원의 권위적 배분이라고도 한다. 국가지출 규모와 지출처를 정하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다.


내년도(2025년) 정부안이 발표되었다. 정부안에 따르면 내년 대한민국은 677조 원을 쓰는 정치집단으로 변화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677조 원이 충분한지, 그리고 677조 원 배분 내역은 적절한지다. 충분한지를 알고자 증가율을 보자.


정부 총지출은 올해 보다 3.2% 증가한다. 국가 재정지출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나누어지는데 의무지출은 국민연금 지급액이나 국채 이자 지급액처럼 사실상 법적으로 정해진 지출을 의미한다. 정치적으로 정하는 지출은 의무지출이 아니라 재량지출이다. 재량지출만 보면 내년 정부 총지출은 불과 0.8% 증가한다.


물가 상승률보다 재량지출 증가율이 적다. 이는 국가의 실질 재정 책임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량지출이 불과 0.8% 상승에 머문 이유는 세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2년도 국세수입은 396조 원이다. 내년도 국세수입 예상치는 3년전보다도 줄어든 382조 원에 불과하다. 국세 수입이 감소하니 국가의 재정 여력이 줄어 든다.


국가 지출이 줄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이는 내 연봉이 줄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와 동일한 질문이다. 월급이 많으면 좋은 것처럼 국가 지출도 많으면 좋다. 다만, 월급을 무한정 올릴 수 없는 것처럼 국가지출도 재정 여력에 따라 지출 규모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그럼 세수는 왜 줄었을까. 정부는 경기 탓을 한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은 몰라도 경상성장률은 3년 내내 4% 내외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경상성장률은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개념이다. 비록 경제성장률은 좋지 않아도 물가는 최근 많이 상승했다. 그런데 세수는 경제성장률이 아니라 경상성장률에 비례한다. 물가만 올라도 세수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올해 경상성장률 예측치도 5.5%에 달한다. 물가가 오르면 서민 삶은 안 좋아져도 세수는 좋아야 한다. 문제는 2022년 이후 경상성장률은 매년 증가하나 세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기현상은 '감세' 탓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감세에 따라 2025년 한해 동안 줄어드는 세수 감소효과는 최소 17조 원이다.


이제 677조 원의 배분 내역을 알아보자. 언론에서 예쁘게 만든 그래프를 보면 보건 복지 고용에 249조 원을 쓰고, 교육에 98.5조 원, R&D에 29.7조 원 등을 쓴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 배분내역 금액을 다 더하면 677조 원이 아니라 684조 원이 훌쩍 넘는다. 더 놀라운 일은 대한민국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보면 통신 분야에도 9.2조 원을 쓰고, 예비비에도 4.8조 원이 편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누락되어 있다. 누락된 분야를 더하면 700조 원에 달한다. 많은 부분이 중복 집계됐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 677조 원 편성내역을 설명한다면서 더해서 677조 원이 아니라 700조 원에 달하는 중복된 자료를 내놓는다. 이왕 중복할 것이라면 차라리 통 크게 중복할 것을 제안한다. 복지에 400조 원, R&D에 100조 원, 국방에 100조 원 쓴다고 중복하자. 왜 애매하게 중복해서 마치 다 더하면 677조 원이 나올 것 같이 국민들이 착각할 만큼만 중복하는지 모르겠다.


▲ 8월27일 정부가 발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3.2% 오른 총지출 677조4000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은 전년보다 11.8% 증가한 29조7000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연합뉴스


언론도 문제다. 정부가 다 더해서 677조 원이 나오지 않고 700조 원이 나오는 중복된 정보를 주면 이를 예쁘게 그래픽으로 그리면 안 된다. 중복과 배제로 점철된 정부 통계 자료를 그래픽으로 그리니 오해가 더 커진다.


국회도 문제다. 더해서 총지출 금액이 더 나오는 자료를 내는 것은 기획재정부의 오래된 관행이다. 국회가 심의하는 내년도 국방 분야, R&D 예산안 세부사업을 다 더하면 기재부가 주장하는 61.6조 원, 29.7조 원이 나오지 않는다. 국회가 검증할 수 없는 방식의 중복과 배제된 자료를 통해 예산안을 설명하는 잘못된 관행은 국회에서 제어해야 한다. 중복으로 집계된 677조 원의 배분내역을 공개하는 잘못된 관행은 국회와 언론의 문제제기로 없어졌으면 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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