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만에 상반된 평가
외국계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 /로이터
외국계 투자 은행인 모건스탠리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대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블랙웰의 수요 급증에 따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과잉 공급 우려’를 제기하며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절반 이하로 낮춘 지 8일 만에 반도체 업종 전망에 대해 상반된 보고서를 낸 것이다. SK하이닉스의 HBM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에도 들어간다. 엔비디아를 두고 협력 관계인 두 기업에 대해 엇갈린 보고서가 나온 데 대해 “평가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3일 ‘더 높은 자본 지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보고서에서 “TSMC는 AI 반도체 수요가 매우 강하게 증가하면서 반도체 전 공정과 첨단 패키징(CoWoS)에서 모두 생산 능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TSMC의 CoWoS 생산 능력이 2025년 말까지 월 8만~9만 웨이퍼(반도체 원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종전 예상치인 7만개에서 상향 조정된 것이다.
CoWoS는 실리콘 미세 기판을 이용해 칩과 기판을 수평과 수직으로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이다. TSMC가 2012년 최초로 개발했다. 이 CoWoS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애플 등 첨단 반도체 생산 시 이용되는데, 모건스탠리는 AI 반도체 수요가 강하게 늘고 있어 이 생산 능력도 보다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본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지난 15일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라는 보고서에서 D램 업황의 올해 4분기(10~12월) 고점론, HBM 공급 과잉 가능성을 언급하며 목표 주가를 종전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가량 낮췄다.
한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모건스탠리가 TSMC 보고서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해놓고 SK하이닉스 보고서에서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면서 “이율배반적인 주장”이라고 했다.
김승현 기자 mykim01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