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뒤인 10월1일 일본 총리에 취임하는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신임 총재의 행보가 당분간 일본 증시를 흔들 전망이다. 이시바는 평소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인상을 지지하는 입장이었고 금융투자세 인상을 주장했는데, 시장에선 이로 인해 정책 불확실성을 악재로 보고 있다.
30일 오전 닛케이225지수는 1.8% 하락세로 출발한 뒤 장중 낙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 현재 지수는 4.73% 하락한 3만7946.60까지 밀린 채 거래 중이다. 엔/달러 환율도 요동쳤다. 지난주 달러당 144~146엔대에서 움직이던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2~143엔대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시바는 엔저로 인한 물가 상승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노선을 지지할 것이라는 견해가 엔화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이시바의 당선 소식에 닛케이225 선물지수가 6% 하락하는 등 시장은 불안감을 보였다"며 "그가 평소에 기업과 투자수익에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본 증시는 당분간 큰 변동성을 겪으며 출렁일 전망이다. FT는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인용해 "이시바가 기업 지배 구조 개혁과 금융 자산 소득에 대한 세율 인상과 같은 정책 도입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기 전까진, 주식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4일 이시바는 자민당 경선 당시 쟁점의 하나였던 투자세율 인상과 관련해 "우리가 후퇴한 것 같다"며 "부자들이 다른 곳으로 갈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세금 강화에 대한 지지가 억제되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금이나 주식 거래 등의 투자 수익에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현재 일본은 개인 금융 소득에 대해 20%의 정액 세금을 부과하는데, 전체 소득 가운데 투자 비중이 큰 부유층은 실효세율이 낮아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기간 금융소득세 개편안을 꺼냈지만, 취임 후에는 보류한 바 있다. 이 정책이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 기간 동안 다시 화두에 오른 것. 다만 그는 선거기간 동안 "새로운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비과세 투자 계좌나 개인별 확정기여 연금 플랜에 대한 세금을 인상한다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시바가 원칙적으로 기시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히지만, 아베노믹스에 대한 공과를 평가할 때라며 적극적인 금융완화와 재정 확장의 폐해를 지적해온 점도 변수로 남아있다. 다만 당선 이후 이시바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반적으로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면서도 "여전히 '0'(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데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이스미토모DS에셋매니지먼트는 총재 선거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이 '리스크 선호'로 반응하기 쉬운 인물로 이시바를 가장 후순위에 두기도 했다. 일본 현지 언론은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올해 들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일본 주식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