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양책에 상해지수 8% 급등
日은 경제 정책 불확실성 커진 영향도
삼전 등 반도체주 4% 넘게 급락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하락한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니터에 이날 거래를 마친 코스피, 원/달러,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6.51포인트(2.13%) 내린 2,593.27로 마감됐다. 연합뉴스
한국 증시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강한 매도세에 2%대 하락하며 다시 26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중화권 증시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한국과 일본 증시 등에 있던 투자금이 중국으로 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3% 하락한 2593.27로 마감했다. 지난 25일 이후 3거래일 만에 다시 26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코스닥도 1.37% 하락한 763.88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의 강한 매도세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1조3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기관도 24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 지수)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 당선 이후 첫 거래일인 이날 4.80% 급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990년 이래 자민당 총재 선거 뒤 첫 거래일 최대 낙폭이다.
시장에선 지난 27일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뒤 중국 증시로의 수급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8.06% 급등한 3336.50을 기록했다. 일일 상승 폭 기준 2008년 9월 이후 최대다. 상해종합지수는 일주일 만에 20%가량 올랐다. 심천종합지수도 10.93% 오른 1927.48로 장을 마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양적 완화 정책에도 위안화가 약세가 아닌 강세를 보인다”며 “장기간 외국인 투자가 메말라 있던 중국으로 글로벌 수급이 몰리면서 나타나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일본 증시 급락은 금리 인상 노선을 지지하는 이시바 총재 당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은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의 승리를 예상해 주가를 밀어올렸으나 이시바 총재 당선 후 반대 방향으로 낙폭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책 방향성이 충분히 보이지 않는 이시바 총재에 대한 경계심이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 강세로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 청산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한·일 증시 하락의 배경이 됐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미국 엔비디아 제품 대신 중국산 인공지능(AI) 칩을 구매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보도도 두 나라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7일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와 TSMC 등 반도체주가 하락하자 이날 코스피에서도 삼성전자(-4.21%)와 SK하이닉스(-5.01%) 등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일본 도쿄일렉트론도 전 거래일 대비 7.95% 하락 마감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증시 하락은 대외 요인에 더해 휴일(이번 주 징검다리 연휴)로 인한 수급 공백이 있어 충격이 더욱 컸다”며 “1일 미국의 9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 발표에 대한 경계감도 매수를 제한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장은현 기자(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