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大 지역 비례선발’ 비판 의식
“강남 사는 게 잘못됐다는 건 오해”
이창용(오른쪽)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은 총재의 기재부 공식 방문은 처음으로, 지난 2월 최 부총리의 한은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성사됐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 대학 선발 제도에 대해 “성적순만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다”며 거듭 개혁을 촉구했다.
이 총재는 30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세계 어디를 다녀도 어느 대학이나 다양성을 위해 (학생을) 뽑는데, 우리는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빠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수도권, 특히 강남 집중에 따른 집값 왜곡에 대한 대책으로 상위권 대학 지역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대학이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자는 게 골자다. 보고서가 공개된 후 일각에선 ‘위헌’ ‘강남 역차별’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한은 보고서를 강남에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내용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며 “이미 각 대학이 20% 정도 지역균형 선발을 하고 있는데, 이걸로 해결되지 않으니 더 크게 보자 그런 각도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에 왜 다 모여 살게 됐느냐. 아이들 교육한다고 여성 커리어 희생하거나 아이들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데, 과연 ‘아이들은 행복한가’ 강남 부모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총재의 기재부 방문은 한은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이뤄졌다. 지난 2월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한은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이지만 통화정책 독립성을 기반으로 정부 인사들과 공개적 접촉을 꺼린 과거 한은 총재와는 상반된 행보다.
이 총재는 “한은과 기재부의 공조는 거시경제 양축으로서 시대적 변화 요구에 대한 적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방문 의의를 설명했다. 최 부총리도 “한은과 기재부 관계는 당연히 독립적이지만 아주 긴밀한 협력 파트너로서 명실상부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호응했다.
두 경제 수장은 ‘한국경제 고르디우스 매듭 풀기-지속가능 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을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갖고 머리를 맞댔다. 둘은 낡은 경제구조에 대한 개혁 없이 기존 정책만으로 여러 경제문제 대응이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 총재는 “우리가 해야 할 구조개혁이라는 것이 굉장히 복잡하다. 큰 틀이 있고 구체적인 걸 만드는 그런 협업 관계가 필요하다. 한은과 기재부, 좋은 분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도 “자동차 바퀴가 4개가 있다. 한은이 (어떤 문제에 대해) 공론화하는 등 앞바퀴 역할을 하면 기재부는 뒷바퀴로 일을 수습해 가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인호 기자(inhovator@kmib.co.kr)
양민철 기자